고개든 과외열잡기 고육책/중고생 학원수강 전면허용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유명무실 했던 금지조치 양성화
교육부가 중·고교 재학생의 학원수강을 사실상 전면허용한 것은 형식적으로는 교육자치제에 따른 지방교육의 자율성확대를 위한 것이나 다시고개를 드는 과외열을 식혀보려는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입시학원들이 밀집해있는 서울·부산·대구등 대도시지역에서는 재학생들의 학기중 「불법」학원수강이 그동안 공공연히 이뤄져왔지만 이에대한 단속엔 손을 못써 사실상 유명무실한 규제조치라는 비난이 일었었다.
학부모들은 『고액·비밀과외가 성행하는 현실에서 과외를 받을 경제적능력이 없는 학생들은 학원에서라도 부족한 교과목을 보충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교육부도 학원수강 금지조치가 오히려 음성적인 과외를 부채질하는등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다고 판단,이의 해제를 추진해 89년 6월 방학중 부분허용→91년 보충·자율학습 자율폐지의 수순을 거쳐 이번에 서울교육감에 권한을 위임하는 형식을 빌려 내용상 학원수강을 전면자유화해 80년 교육개혁조치를 11년만에 백지화한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같은 재학생 학원수강 허용방침에 대해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중소도시지역에서는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학원시설이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부실해 학원수강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이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대도시와 지방간의 교육기회 격차를 심화시켜 학력격차의 폭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다.
교육계에서는 학교교육이 위축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지식주입 전문기관인 학원에서 수강한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수업을 소홀히 하거나 불신,정상적인 「전인교유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학원수강 허용이 오히려 불법과외를 양성화,또다시 「과외망국론」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학원이 생활지도에 소홀한 만큼 탈선의 기회가 많아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고있는 무인가 학원의 난립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올들어서만도 4천2백36개소의 무인가 학원을 적발,1천53개소를 고발·폐원조치했으나 실제 단속의 손길을 피한 무인가 학원은 2만여곳을 헤아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학원들은 비좁은 강의실에다 무자격 강사까지 동원하고 있어 전혀 학생지도가 이뤄지지 않는데다 심야 학원출입에 따른 청소년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고교생 과외수강허용이 부작용없이 교육부가 의도하는 학교교육의 보조적 기능과 함께 비정상적인 과외열풍을 잠재우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같은 우려와 문제점 들에 대해 적절한 후속조치와 보완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박종권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