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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4000만원이 '서민'이라고?"

중앙일보

입력

"이번 부동산 대책 자료에서 말하는 '서민'의 개념이 뭡니까?"

31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 '1.31 부동산 대책'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30평짜리 중형 장기임대주택 추가공급'. 질문은 "30평짜리 중형 주택에 입주하는 사람이 과연 서민이냐"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이날 대책을 설명하는 자료에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방향'이라는 표현을 썼다. "부동산 정책의 중점을 서민의 주거복지 안정으로 전환했다"고도 했다.

문제는 30평형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의 임대료가 월 52만원에 이른다는 점. 관리비와 각종 공과금까지 합치면 6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것이 이른바 '서민'들이 입주할 주택이 맞느냐는게 질문의 의도였다.

마이크를 잡은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 이런 문제제기를 예상했다는 듯 "중산층의 임대주택까지 재정으로 지원해줘야 하냐는 얘기냐"고 되물었다.

그는 "종래의 국민임대주택은 좁은 의미의 서민층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대책에서는 대상이 중산층까지 확대된게 사실"이라고 했다. 중산층까지 '넓은 의미의 서민'에 포함시키고 이들까지 대책의 수혜대상으로 잡았다는 얘기다.

이같은 입장은 이날 발표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첫 페이지부터 "소득 5 ̄6분위에 대해서도 중소형 저가주택을 공급하고,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적어놨다. 여기서 소득 5 ̄6분위는 '정부지원시 자가주택 보유가 가능한 계층'으로 분류돼 있다.

소득분위는 모든 가구를 소득에 따라 10단계로 나눈 뒤 가장 취약한 계층인 1분위부터 최고소득 계층인 10분위까지 따로 묶은 것을 말한다.

지난해 3/4분기 도시근로자가구(2인이상) 기준으로 5분위는 월평균 283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6분위는 월평균 소득 327만원.

7분위가 월평균 소득 374만원임에 비춰볼 때 적어도 340만원 정도까지는 6분위에 해당하는 셈이다.

정부의 얘기대로라면 1년에 약 4000만원을 벌어들이는 사람까지도 '넓은 의미의 서민'에 포함되는 셈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연봉 4000만원인 사람을 '서민'으로 간주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연봉 4000만원 정도로 과연 월 60만원 이상 내면서 장기임대주택에 살 수 있느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도 이같은 논란을 의식했는지 이번 대책의 정식명칭에서는 '서민'이란 표현을 뺀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번 대책의 이름은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공공부문 역할강화 방안'.

과거 8.31 대책의 '서민주거 안정과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 제도 개혁방안', 3.30 대책의 '서민주거 복지 증진과 주택시장 합리화 방안'에서 맨 앞자리를 차지했던 단어가 이번 대책에서는 사라진 셈이다.

한 재경부 관계자는 "사실 '서민'이나 '중산층'이라는 개념이 모호한게 사실"이라며 "중산층은 국제기준에 따라 평균소득의 50 ̄150% 범위의 사람들로 보면 되지만, 서민이란 개념은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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