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선 주자 "이런 참모를 찾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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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출신 전략가 박형준 vs 공무원.검사를 거친 원칙주의자 김재원.

두 사람은 각각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대리인이다. '이-박 대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 2월 가동될 경선준비위에 각 캠프의 선수로 참여한다.

경선준비위는 대선주자 선출 시기와 방법을 정한다. 이를 둘러싸고 양측은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경선준비위의 결론이 본선행 운명을 가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두언-유승민 의원이 1세대 맞수였다면 박형준-김재원 의원은 2세대 맞수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왜 두 사람을 공격 첨병으로 내세웠을까.

박 의원은 이 전 시장과 직접 연결 짓기엔 생소한 인물이다. 그는 중앙일보사 기자와 동아대 교수를 지낸 초선의원이다.

'반 박근혜' 냄새가 짙은 소장파 모임 '수요모임' 대표를 지냈고 이 전 시장과 고려대 동문이라는 인연이 전부다. 개인적인 친분도 별로 없다. 지난 연말까지도 그는 중립지대에 서 있었다. 그런 그의 이름이 오르내린 건 올 초부터다. 이 전 시장 측 전략회의에서 박 의원이 '전략 조언자'로 데뷔했다. 그러곤 한 달 만에 이 전 시장을 대변할 대리인이 된 것이다. '대가 세고, 논리적이며, 끈질긴 사람을 구한다'는 이 전 시장의 구인 광고에 딱 맞아떨어진 인물이었다는 게 캠프 내의 평가다. 박 의원은 "소장파의 독자 세력화보다는 좋은 후보를 만드는 데 동참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소장파 중엔 보기 드문 커밍 아웃인 셈이다.

반면 김 의원은 박 전 대표 측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왔다.

행정고시 합격 뒤 공무원으로 7년 동안 일하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검찰 출신의 초선의원이다. 그는 최근 캠프 기획단장을 맡으며 핵심으로 진입했다. 박 전 대표 밑에서 기획위원장을 했다. 특히 5.31 지방선거를 앞두곤 당내 공천비리를 적발하는 클린공천감찰단장으로 성과를 냈다.

부인의 공천헌금 수수혐의로 김덕룡 의원을 수사의뢰한 적이 있을 만큼 원칙적이다. '내부에 칼을 겨눴다'는 비난이 들끓자 괴로운 마음에 지방에 머문 적이 있었다. 이때 박 전 대표가 전화를 걸어 "여기서 그만두면 사나이가 아니죠"라고 위로했고, 결국 다시 서울로 올라와 업무를 마무리했다. 김 의원이 '박근혜 맨'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였다.

권력 세계의 비정함을 경험했기 때문일까. 박 전 대표는 의리를 버리지 않고 믿음을 주는 원칙형 인간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제 두 사람은 2월부터 뜨거워질 한나라당 경선 논쟁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어차피 후보들은 '정책 속으로…국민 속으로'를 앞세워 지방을 돌게 된다.

불꽃 튀는 여의도 전투는 이 전 시장 측 정두언-박형준, 박 전 대표 측 유승민-김재원 복식조에 의해 치러지게 됐다.

"일반 국민의 참여 비율을 최대한 높이고 경선인단 규모도 늘려야 한다"는 이 전 시장 측과 "선거라는 것은 상대가 있는데 우리 혼자 독불장군처럼 후보를 먼저 뽑을 필요가 있겠는가"는 박 전 대표 측의 팽팽한 신경전은 두 사람의 샅바싸움을 통해 균형이 깨질 전망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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