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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사법적 구제로 해결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구제는 국민의 권리구제에 있어 대전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보사부가 마련중인 가칭 「의료피해구제법」시안 내용 중 피해구제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생각되는 점이 있어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로 시안내용 중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의료분쟁심판위원회」를 신설해 의료분쟁 발생 때 조사, 심리, 의료인의 과오판정 및 배상액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기능은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담당재판부도 소송진행과정을 통해 같은 기능을 수행하게 마련인데 새로운 기관을 신설, 인적·물적 소요경비로 인한 많은 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어디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의료분쟁을 행정심판화 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돼있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도 있다고 본다.
이른바 행정심판 전치주의는 이념상으론 행정의 자기통제 내지 사법기능의 보완에 있지만 실제운영상 도리어 사법적 구제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오늘날 국민의 권리구제제도로서의 가치에 의문이 제기되고있는바 위헌의 소지마저 안고있는 이러한 위원회들을 설치할 필요가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의료사고와 같은 문제는 행정부 소속하의 행정심판위원회 심판을 먼저 거치게 할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송절차를 통한 사법적 구제절차에 흡수시켜 그 안에서 해결점을 찾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각급 재판소 안에 설치되어 있는 의료사고 등 전문재판부를 확충해 전문재판부 안에 적정수의 의학자·법률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의료사고 조사위원회」를 설치, 의료인들의 과오판정 등 사실판단에 관한 문제를 맡김으로써 기관신설에 따른 예산낭비, 피해자 구제절차상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으며 더욱 신속히 피해구제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둘째로 가해의료인에 대한 형사면책과 피해자측의 소란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우는 문제다. 대부분 의료사고의 경우 의료인들이 환자들에게 조금만 더 세심한 배려를 했더라면 불행한 사고를 사전에 방지 또는 최소화 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소홀히 함으로써 피해를 본 경우가 적지 않다.
피해자 또는 피해유가족측으로서는 병을 고치러 왔다가 엉뚱한 의료사고로 인해 신체의 장애나 혈육의 생명을 잃은 슬픔으로 감정을 억제치 못하고 과잉행동으로 나오기 쉽다고 보겠는데, 이에 더하여 피해자측의 소란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피해자측의 지나친 감정적 행동으로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거나 의료진의 진료가 방해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을 피해자측의 행동을 범죄시해 형사처벌을 예상한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더욱 피해자측의 감정만 자극해 문제를 일으킬 뿐이다.
요컨대 사고 후 법적인 조치보다 설득·타협을 통한 인간적인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그에 앞서 무엇보다 의료사고 사전예방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하겠다. 이진욱<인천시 남동구 만수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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