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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태양열기기 판치는데 정부는 왜 바라만 보고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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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불량 기기 판매 업체는 제품이 산업자원부.에너지관리공단의 인증을 받았으며, 온수.난방을 50% 이상 해결할 수 있고, 설치 후 금융기관으로부터 저리 대출까지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어떤 인증 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며, 저리 융자를 받을 수 없다. 또한 겨울철 난방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피해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홍성의 한 시민은 불량 태양열 기기를 설치해 오히려 연료 소비가 더 늘었다고 얘기한다. 업체에선 효율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기존 보일러와 태양열 기기를 병렬로 연결하는데, 겨울철 태양열 기기 안에 들어 있는 물을 데우기 위해 보일러를 더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연료비 절감이 아니라 소비를 부추기는 천덕꾸러기를 400만원이란 거금을 들여 장만한 꼴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올 들어 불량 태양열 기기 피해 사례를 신고받고 있는데 열흘 남짓한 동안 150건 이상이 접수됐다.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해 약 7000대 이상의 외국산 불량 기기가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가 속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증을 받지 않은 태양열 제품이 판매되는 것을 규제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산업자원부.에너지관리공단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형편이니 정보 접근이 어려운 농민이나 노인이 고스란히 피해를 짊어져야 한다. 경기도 연천의 시민은 같은 피해를 본 지역주민과 함께 기기 판매 업체를 사기 혐의로 의정부 지검에 고소했으나, '일반적으로 상품의 선전.광고에 있어 다소의 과장.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관행'이란 이유로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 제도적인 피해 방지 장치도 없고, 재발 방지 노력도 기울일 수 없는 무법천지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 계획도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원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5%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재생에너지원 중 가장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태양열 부문이 시민들의 불신을 받는다면 국가의 에너지 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을 믿고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인증된 태양열 제품을 생산하는 많은 중소기업들도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런데도 관계당국은 규제 근거가 없다는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기당한 농민들의 체감온도는 겨울철 바깥 날씨보다 더 춥다.

<피해사례 신고센터 02-735-7000 www.kfem.or.kr>

염광희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