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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반군세력 맥 못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얀마(구버마)의 오랜 반정부단체인 반군세력들이 최근 들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이는 미얀마군사정부가 반정부게릴라단체들에 대해 협상과 유화정책을 사용, 이들의 무력항쟁의 기세를 꺾어놓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집권 군사평의회(SLORC: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는 지난해 5월 총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 질서회복과 반민주세력제거를 이유로 총선에서 승리한 NLD (민족민주동맹) 등 재야세력을 무력화하면서 철권통치를 계속해왔다.
이들 「민주세력」 탄압성공으로 국내질서유지에 자신감을 되찾은 미얀마군사정부는 마침내 미얀마정부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국경지대의 게릴라 퇴치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군사정부의 1단계목표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 반정부성격의 변방세력들을 일단 중립화시키는 것이다.
군부는 개발지원계획과 정치적 양보안을 잇따라 제시하는 방법을 동원, 이미 상당수의 게릴라단체들을 무력화하는데 성공했다.
이와 같은 미얀마군사정부의 신정책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 89년3월 강력한 반정부세력이었던 버마공산당(CPB)이 하부조직의 폭동으로 균열조짐을 보이면서부터다.
산간지역의 주민들로 구성된 CPB의 하부당원들은 마오쩌둥(모택동) 주의를 신봉하는 당지도부를 축출하는데는 일단 성공했으나 부족간의 주도권 다툼이 일어나 4개파로 분열됐다.
미얀마 군사평의회는 CPB지도부에 밀사를 파견, CPB가 ▲정부군에 대한 공격을 중지하고 ▲타반군 세력과의 관계를 단절하며 ▲국내반정부세력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는 등의 조건을 수락한다면 CPB의 무기소지와 지역지배권을 인정함은 물론, 각종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제의한 것이다.
군사평의회는 이와 함께 CPB지배지역 일원에 대한 「국경개발계획」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하고 여기에 유엔대표단을 초청, 자금과 기술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기세가 약화된 CPB는 군사정부의 이 같은 제의를 「부득이」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군사평의회는 7천만키야트(79억원)의 개발비를 이 지역에 집중 투입, 도로·교량·학교·병원 등을 건설했다.
반군세력의 구심점이었던 CPB가 이처럼 맥없이 무너지자 CPB의 지원을 받아왔던 연합반군단체들의 결속도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2천명의 게릴라를 거느리면서 무장투쟁을 벌여왔던 샨주군(SSA)은 부족반군단체로서는 처음으로 군사정부와 협정을 맺고 반군대열에서 이탈했다.
곧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샨주의 북동부 카친족 거주지역을 지배해온 카친독립군 (KIA) 4연대소속게릴라 8백명이 군사정부에 투항했다.
이와 함께 「세력3위」를 자랑하던 팔라웅주해방군(PSLA)도 지난 4월 군사정부와 조약을 체결하고 「순화」됐다.
이렇게되자 파오민족군(PNA) 등 병력1천명 이하의 군소게릴라단체들은 속속 군사정부와의 협상테이블로 나섰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끝까지 저항하는 군소반군단체들에는 우선 막강한 군사력을 동원, 초토화시킨 다음에 지휘자를 수도 양곤까지 소환, 강화협정을 체결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처럼 군사정부의 「1단계중립화작정」이 큰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 미얀마내의 화평이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까지 군사정부와의 조약체결을 거부한 채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단체는 KIA주력군, 카렌국민연합(KNU) 등 4개 반군단체.
이들이 느슨해진 군사정부의 포섭망을 뚫고 언제 반군규합에 다시 나설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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