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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독배 마셔도 폭탄주로 마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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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열린우리당 사수파 모임인 ‘혁신운동본부’ 소속 당원들이 28일 당사 주차장에서 결속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열고 있다. 행사 끝 무렵 많은 참석자가 자리를 떠나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는 뛰어내리는 게 사는 길이다."(25일, 천정배 의원)

"타이타닉호의 선장은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같이했다. 명예를 지켜야 한다."(28일, 이광재 의원)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는 의원도, 남는 의원도 당을 타이타닉호에 비유하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렇다면 타이타닉호의 선장 격인 김근태 의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

김 의장은 최근 기자에게 "독배를 마셔도 '폭탄주'로 마셨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지방선거 참패 이후 비상대책위원장 겸 의장을 맡으며 "독배를 마시더라도 피하지 않겠다"고 한 김 의장이다. 그런 그에게 지금의 상황은 독배보다도 더한 '독배 폭탄주'를 마신 것만큼 어려운 상황인 모양이다.

-백의종군하라는 압력도 있는데 왜 사표를 안 내나.

"법원이 당헌 개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19일 오후 비상대책위 회의에 사직서를 주머니에 넣고 갔다. 하지만 '이런 고비에 당 의장이 그만두면 안 된다'고 비대위원들의 서슬이 하도 퍼레 말도 꺼내지 못했다."

-탈당할 생각은 없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개인 김근태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왜 관심이 없겠는가. 그러나 그건 두 번째로 중요한 문제다. 우선은 민주평화개혁세력이 힘을 합쳐 전멸의 위기를 막아내야 한다. 나까지 탈당하면 혼란만 가중된다."

김 의장은 지난해 1월 전당대회 때 통합신당을 외쳤다. 천 의원이나 정동영 전 의장보다 먼저 개혁세력 연합론을 꺼냈다. 그런 만큼 '통합신당 건설을 위해' 탈당하는 의원들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김 의장은 29일 중앙위원회와 2.14 전당대회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만류로 탈당이 곤란해진 김 의장이 당에 남아 신당의 주도권을 잡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고 해석했다.

◆탈당에 … 대권 행보에=탈당에 대해 김한길 원내대표는 "내 임기가 30일까지다. 그 이후에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결국 "김 원내대표가 탈당 의사를 굳혔다. 29일 중앙위가 끝난 뒤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결행할 것"이란 얘기가 무성하다. 노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염동연 의원은 30일 탈당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정동영 전 의장은 '대선 주자'로서의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건 전 총리의 대선출마 포기 선언 이후 지방 나들이가 잦아진 그는 지난주 1박2일 일정으로 전북 지역을 다녀왔고, 28일엔 제주를 방문했다. 정 전 의장은 21일 "(통합신당이 좌초되면) 많은 사람이 결단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이가영 기자<ideal@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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