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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박수 받는 교총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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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학생을 먼저 생각해야지요."

한국교총 윤종건 회장은 주말에 예체능 교사들의 항의 전화를 받고 진땀을 빼야 했다. 회원 교사들의 입장을 옹호해야 할 회장이 "고교생들의 부담을 주는 예체능 교과목 확대에 반대한다"고 밝히자(본지 1월 27일자 1면) 해당 교과목 교사들이 항의를 한 것이다.

"교사들의 어려움을 아느냐" "가만히 있지 왜 나서느냐" "'밥그릇' 지키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교직이 밥그릇이란 말이냐"….

윤 회장은 "교사들이 걱정돼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교원단체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총은 초.중.고 교사와 교수 등 전국 18만3000명의 회원을 둔 국내 최대 교원 단체다. 회원 중에는 예체능 관련 교사와 교수도 1만1000여 명 포함돼 있다. 이런 교총이 26일 '음악.미술.체육 필수과목 확대방안 반대' 성명서를 내자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에는 학생.학부모의 격려 글이 넘쳐났다. "학부모 입장에서 정말 감사하며 교총의 판단을 환영한다."(초등 6년 학부모), "학생의 고통을 이해해 주는 교총에 수험생을 대표해 박수를 보낸다."(고1 네티즌)

심지어 자신을 전교조 교사라고 밝힌 한 교사는 "어렵고 힘든 용단을 내린 교총에 박수를 보낸다"는 글을 올렸다. 일부 예체능 교사가 교총을 공격했지만 "교사 입장만 생각하지 말라"는 네티즌들의 질책에 묻혔다.

물론 예체능 과목이 입시 부담의 주범은 아니다. 담당 교사들이 자신의 과목에 대한 열정과 애착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고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지 않는 교과목 확대는 고려해야 한다. 교총 집행부는 조만간 교육부총리와의 면담 때 '반대' 의견을 낼 계획이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를 먼저 배려하자고 제안한다는 것이다. 반면 전교조는 여전히 예체능 과목 필수 지정을 주장한다. 학생 고통보다는 교사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듯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월 중 교육과정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무엇을 원하는지,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옳은 것인지 되새겨 봐야 한다.

양영유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