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덥지 못한 정부의 '全일병' 구출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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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탈북 국군포로 전용일(全龍日)일병의 귀환에 대한 정부의 처리과정은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이러고도 대한민국이 국가의 격(格)을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하고 있다. 위조여권 사용혐의로 중국 경찰에 체포돼 지금 북한 국경 건너편 투먼(圖們)의 탈북자 수용소에 갇혀 있는 全일병을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반드시 귀환시켜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따질 때가 아님을 거듭 촉구한다.

국방부는 全일병의 신원확인 작업이 초동단계에서 엉터리였음을 자인하고 담당자에 대한 감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이런 자세는 너무 한심스럽다. 사실 시인 및 담당자 감사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국방부가 이 시점에서 절실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는 국군포로의 생존 및 귀환을 위한 근본 대책을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탈북 국군포로의 본국 귀환문제가 제기되면 바로 장관에게 직보되고, 그 신원 확인이 최단 기간 내에 처리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그 점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국방부가 국군포로에 대한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더라면 생사를 건 탈북 이후 위조여권을 이용해 귀환하려다가 중국의 범죄자로 전락한 全일병과 같은 비극은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탈북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임에도 국방부는 국군포로가 탈북자로 귀환할 사태에 대해 전혀 대비책을 세우지 않는 무관심을 보였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탈북한 全일병이 결국 북송당할 궁지에까지 몰리게 한 것이 아닌가. 이런 정부에 국민이 어떻게 충성심과 애국심을 발휘할 수 있는가.

정부의 全일병 구출 노력도 미덥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全일병이 항저우(杭州)에서 투먼까지 이송당한 것도 까맣게 몰랐다가 민간의 제보로 허둥지둥 확인했다. 외교경로를 통한 정상적 협의에 주력하는 정부의 대처 자세는 너무 안이하다. 성의가 있고 책임이 있는 정부라면 국방.외교부 장관은 물론 대통령인들 중국의 상대방에게 긴급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외교를 왜 못했을까. 정부의 맹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