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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前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 스님 입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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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동국학원 이사장이며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정대(正大.속명 서병식)스님이 18일 오전 5시 경기도 안양시 삼막사 월암당에서 입적했다. 세수 67세. 법랍 42세.

전북 전주 출신으로 1962년 전북 완주군 위봉사로 출가했던 정대 스님은 62년 인천 용화사에서 전강(田岡) 스님으로부터 사미계를, 67년 경남 통도사에서 월하(月下) 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받았다.

스님은 조계종 요직을 두루 거쳤다. 69년 여주 신륵사 주지를 시작으로 73년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에 올랐다. 이후 사회부장.재무부장.총무부장 등을 지내며 조계종 종무 행정의 기틀을 다졌다. 또 75년 중앙종회 의원으로 뽑힌 이후 종회 부의장.종회 의장을 역임했고, 99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총무원장으로 활동했다.

고인은 한국 현대 불교계에서 행정력이 가장 뛰어난 스님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내부의 여러 과제를 뚝심 있게 풀어나간 '최고 경영인'이란 평도 받았다. 특히 총무원장에 오른 이후 종단의 숙원 사업이었던 총무원 청사 건립.중앙 승가대 이전 등을 해결했다. 내년 완공될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의 초석도 다졌다.

스님은 한국 불교의 국제화.대중화에도 관심을 가졌다. 77년 한.일 불교문화교류회를 결성했고, 89년 불교방송 재단이사에 오르며 방송국 개국을 주도했다. 또 지난해에는 사재를 털어 은정장학재단을 설립, 소년소녀 가장들의 학업을 지원했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막역한 관계란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고인은 올 초 총무원장에서 물러나며 불교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창종 이래 정치중 1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스님과 40년 가까이 교류해온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泓坡)스님은 "고인은 현대적 감각이 뛰어났고 리더십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스님은 참선 수행에도 열심이었다. 은사인 전강 스님에게서 받은 '판치생모(板齒生毛.이빨에서 털이 난 도리가 무엇인가)'를 화두로 붙잡고 '마음만 있으면 중생과 부처가 다름 없음'을 깨달았다. 이후 도봉산 망월사 선원을 비롯해 수덕사.용주사 중앙선원 등에서 수행 정진했다. 불교의 수행과 실무를 고루 겸비한 것이다.

영결식은 22일 오전 10시 경기도 화성시 용주사에서 동국학원장으로 치러진다.

박정호 기자

*** 임종게(臨終偈)

올 때도 죽음의 관문에 들어오지 않았고(來不入死關)/갈 때도 죽음의 관문을 벗어나지 않았도다(去不出死關)/천지는 꿈꾸는 집이니(天地是夢國)/ 우리 모두 꿈 속의 사람임을 깨달으라(但惺夢中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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