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초대형 공연 봇물…이대로 좋은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최근 1~2년 새 공연계의 트렌드인 무대의 초대형화.블록버스터 현상은 바람직한 현상일까. 초대형 무대만의 볼거리와 함께 지휘자 주빈 메타.테너 호세 카레라스.소프라노 신영옥 등 수퍼스타들의 바람몰이와 사회적 화제만큼 '산업으로서의 무대예술'이 갖는 대차대조표는 과연 어떠할까. 또 관람객 저변 확대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

기존 콘서트홀 공연과 달리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성격 때문에 '운동장 음악회'란 신조어가 따라붙는 블록버스터 공연은 뮤지컬 장르도 상황이 유사해서 '캐츠'등 수십억원이 투자되는 대박상품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대형 공연의 대다수는 수익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며, 때론 공연계의 악재로도 작용하고 있는 경우가 없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콘서트홀 무대의 동반 공동화 현상이 그것이다.

확실히 최근 공연계의 장세(場勢)는 운동장 음악회들이 주도한다. 빈 필하모닉과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협연(4월 상암 월드컵 경기장.예술의전당), 한강 오페라단의 오페라 '투란도트'(5월 상암월드컵경기장)가 그렇다. 여기에 9.10월에도 오페라 '아이다'와 '희망과 화합의 빅 콘서트'가 잠실 주경기장과 상암에서 열렸다. 다음달 18일 오페라 '라보엠'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려 운동장 음악회는 계속될 전망이다.

초대형 무대들의 등장은 공연예술 산업이 연 20% 내외 성장하는 '블루칩 장르'라는 기대 심리 때문이다. 과연 사회적 화제도 잇따라 터뜨렸다. VIP석 50만원('투란도트')이라는 화제가 그것이다. 하지만 공연사상 최고가 기록은 4개월 만에 경신됐다. '아이다'VIP석이 80만원으로 껑충 뛴 것이다.

초대형 무대들은 일단 의미있는 전략이다. 영화.게임 등과 겨뤄야 하는 '장르 간 전쟁'국면에서 응당 뽑아야할 카드다. 기존 콘서트홀 공연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데서 오는 반작용이라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실제 효과가 문제다. 빈필의 경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은 매진이었으나 상암공연은 실패했다. '투란도트'의 경우 제작비 66억원에 투자했던 큰손들이 투자금 반환 소송까지 벌였다.

관객 동원과 시장 확대가 따라주지않는 것이다. 국내 무대예술 시장은 문화관광부 '문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 매출액 1천4백억원 규모. 즉 산업으로서는 아직 초기단계다. 또 올해 매출액은 10% 내외의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추산돼 '운동장 음악회 효과' 기여도는 높지 않다. 문제는 운동장 음악회의 파급 효과다.

뮤지컬 장르의 경우 일부 투자자본의 유입까지 곁들여져 제작비 10억원 내외의 무대가 속출한다. '토요일 밤의 열기''싱잉 인 더 레인' '둘리'등 올해만 10개. 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캐츠' 등 일부다. 투자자본 유입의 시작과 대형화 현상은 2001년 LG아트센터의 뮤지컬 '오페아의 유령'이 기점. 공연의 상품가치가 입증된 기록적인 무대였다. 하지만 수익성은 그리 높지 않았음을 사람들은 간과한다.

따라서 결론은 간단하다. 안목을 갖춘 애호가 인구층이 극히 엷은 단계에서 블록버스터 무대는 최선의 카드가 못된다는 점이다. 즉 당분간 콘서트홀에서 의미있는 공연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전략을 지속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윈-윈전략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 '콘서트홀=정규공연' '운동장=별식공연'구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연 블록버스터 공연은 '무대예술의 황소개구리'일까. 사회적 화제와 명성에서 독점적 지위로 나머지 공연을 위축시키는 주범일까.

그 점은 아직 정답이 없다. 무대예술의 핵심인 콘서트홀 공연이 높은 질적 수준으로 안목있는 향수층을 양성해주고, 동시에 블록버스터로 무대예술이 눈과 귀를 붙잡을 수 있는 경쟁력있는 장르임을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공연계의 핵심 과제다.

조우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