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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폭로전에 뚜껑열린 여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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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최근 한나라당의 폭로전이 한계를 넘어섰다는 결론을 내렸다.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믿거나 말거나'식 의혹제기에 대한 반응이다.

당장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18일 "이호철 민정1비서관이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민형사상 고소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발표했다.許의원은 전날 예결위에서 "썬앤문 그룹의 녹취록에 따르면,김성래 전부회장이 이호철 비서관을 통해 盧대통령측에 95억원을 줬다는 말도 있다"고 주장했었다.李비서관은 金전 부회장을 알지 못하고 만난 적도 없으며,許의원이 거론한 문제의 녹취록에 자신의 실명이 없다는 점을 들어 악의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도 李비서관의 이름은 없다.李비서관은 "許의원의 발언에 명백한 허위 내용이 포함돼 있으므로,이번 기회에 의원의 면책특권의 한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 싶다"고 법적대응의 배경을 밝혔다.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장도 18일 간부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면책특권을 악용해 무책임한 폭로전에 나섰다"며 "(한나라당이)청와대의 일개 비서관이었던 최도술씨가 9백억원을 거뒀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게 책임있는 정당이 할 소리냐"고 비난했다.그는 "한나라당이 시중에 돌아다니는 정보지의 내용을 아무 검증없이 국회에서 터뜨리고 이를 언론에 대서특필하게 함으로써 정치권 전체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은 우선 한나라당의 무차별 연쇄폭로전이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을 관철시키기 위한 여론조성용이란 점을 부각시키기로 했다.차제에 국회의원들의 면책특권이 갖는 문제점을 정치 쟁점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당 관계자는 "국회 정치개혁특위 등에서 흑색 폭로전에 악용되는 면책특권 제한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폭로전이 시작된 지난 17일 청와대는 발언이 이뤄진 장소를 정밀하게 체크했다.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국회 회의장 바깥에서의 폭로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청와대 관계자는 "정치판에도 기본적으로 넘지 않아야할 선이 있는 것 아니냐"며 "한나라당이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나오는지 기가 막힌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한편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추가로 제기하고 있는 측근비리 의혹에 대해 자체적인 조사에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사실관계에 대한 확신을 갖고 맞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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