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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암울한 취업난 꺾이는 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새해가 밝은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새해 소망 1위로 ‘취업’을 꼽은 이가 한둘이 아닐 텐데 영하의 취업전선이 풀린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이력서를 내는 사람을 고용통계에선 실업자로 부른다. 매달 15일이 끼인 일주일 동안의 조사기간을 포함해 ‘4주 동안 수입이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으며, 일이 주어지면 즉시 일할 수 있었던 자’다. 통계청 공식 통계로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청년(15∼29세)은 지난해 36만4000명으로 2004년(41만2000명)·2005년(38만7000명)에 비해 줄었다.

사실이 이렇다면 왜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에 이어 ‘이구백’(20대 90%가 백수) ‘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 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이란 말까지 나돌까? 그 해답은 위에 적은 실업자 정의 중 하나인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업자는커녕 실업자 대열에도 못 끼인 채 아예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는 젊은이가 많다는 것이다.

취업자도, 실업 상태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가장 ‘억울한’ 경우가 취업 준비생이다. 고용통계는 이를 집이나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하거나, 고시 및 공무원 시험에 대비하고 취직에 유리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경우로 나눠서 본다.

지난해 둘을 합쳐 52만5000명인데 그 대부분이 20대다. 취업 준비를 하긴 하는데 조사기간 중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빨간 딱지를 붙인 격이다. 문제는 이 취업준비생이 급증한다는 점이다. 2004년 이후 해마다 7만여 명씩 늘었다. 증가율이 15∼19%로 그해 경제성장률의 서너 배에 이른다.

취업 의사와 능력은 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자 가운데 최근 1년 동안 구직 경험이 있었던 사람은 구직 단념자로 분류해 실업자로 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최근 1년 안에 입사지원서를 내는 등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지금은 포기한 경우(실망 실업자)가 지난해 12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조사에서 ‘그냥 쉬었음’이라고 응답하는 경우도 계속 늘고 있다. 아프거나 취업이 어려울 정도로 나이가 많지 않은데 취업할 생각이나 계획이 없는 이들로, 지난해 127만7000명을 기록했다. 특히 이 중 남성이 103만3000명으로 2003년부터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들 구직 단념자와 그냥 쉰다는 경우의 태반이 20대는 아니다. 통계청은 조사표본이 적어 구체적인 숫자를 대긴 곤란하지만, 장년·노년층이 상당수를 차지하며 20대는 약 4분의 1이라고 설명한다. 그냥 쉰다는 사람 중 31만 명, 구직 단념자 중 3만 명 정도가 20대라는 말이다.

따라서 공식 실업자(36만4000명)에 이들 세 부류의 넓은 의미의 ‘실망 실업자군’(87만4000명)을 더하면 청년 백수는 123만여 명에 이른다. 이를 분자로 놓고 20대 경제활동인구로 나누면 22.5%란 실업률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전 연령 평균 실업률(3.5%)의 약 6배, 정부 공인 청년실업률(7.9%)의 세 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지표 실업률과 체감 실업률의 격차를 읽게 한다. 백수는 불황의 산물이자 불황의 원인도 된다. 더구나 청년 백수는 미래의 희망까지 꺾는다. 국제노동기구(ILO)보다 깐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통계로 문제가 없다고 하기 전에 청년실업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해야 대책도 바로 서지 않겠는가?

양재찬·편집위원 (ja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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