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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만 배운 미래의 정명훈들 수준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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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사진=이장직]

"마음을 열고 자기 생각을 마음껏 표현해 보세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딴 세상에 있는 것 같군요." "음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느껴보세요."

23일 오후 3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야외음악당 내 수원시향 연습실. '제2의 정명훈'을 꿈꾸는 젊은 지휘 학도들이 차례로 지휘대 위에 섰다. 한국지휘자협회(회장 박은성 수원시향 상임 지휘자)가 6년째 마련해오고 있는 지휘 캠프다. 연습실 한 켠에서는 크리스티안 에발트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교수가 뭔가 열심히 메모한 다음 즉석에서 지휘에 대한 느낌과 주문 사항을 말해주고 있었다.

"지휘의 기술은 마음에서, 이완된 몸에서 나오는 겁니다." "얼굴을 보면 다 알아요. 표정은 마음의 표현입니다."

에발트 교수는 2005년 수원에서 열린 제1회 수원 국제 지휘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마리스 얀손스를 사사하고 1979년 카라얀 콩쿠르 3위에 입상했다. 독일 예나 필하모닉 수석 지휘자, 막데부르크 극장의 음악총감독 겸 막데부르크 필하모닉 수석 지휘자를 지냈다.

지난해에 이어 계속된 대원문화재단(이사장 김일곤)의 후원 덕분에 53명의 캠프 참가자들은 수강료와 숙식비를 무료로 제공받았다. 8박 9일간 숙식을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정규 과정 신청자 36명 중 17일 열린 지휘 오디션을 통과한 10명이 수원시향을 각 30분씩 연습 지휘할 수 있는'영예'를 안았다.

우수자로 최종 선발된 7명은 캠프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7시30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교회 장천아트홀에서 열리는 신예 지휘자 데뷔 음악회에서 수원시향을 지휘할 예정이다. 박희정(29.한국예술종합학교 3년)씨는 슈만의'만프레드 서곡', 홍석원(25.서울대 4년)씨는 바그너의'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 정주영(33.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대)씨는 시벨리우스의'바이올린 협주곡'1악장(협연 김은아), 이수근(27.수원대 졸업), 박상준(28.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이탐구(22.서울대 1년), 전영광(21.한국예술종합학교 2년)씨는 브람스'교향곡 제3번'의 1~4악장을 차례로 지휘한다. 이 가운데 박희정.백윤학씨는 대학에서 수학과 과학을 전공한 뒤 만학도로 지휘자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경우다.

에발트 교수는 "자신의 상상력과 환상을 보여준 다음 오케스트라가 따라오게 하는 게 지휘"라며 "음악적 경험 못지 않게 인생 경험을 많이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유학하지 않고 한국에서만 배운 지휘 학도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며 "젊은 지휘자들이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휘 캠프는 매우 값진 기회"라고 말했다.

수원=글.사진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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