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축척 16만분의 1 아닌 18만분의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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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조선시대 최고의 지도로 평가받는 김정호(?~1864)의 '대동여지도'(사진)는 18만 분의 1 축척(지도상의 거리와 실제 거리의 비율)으로 제작됐다는 새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는 흔히 16만 분의 1로 알려져 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장상훈 학예사는 25일 "조선시대 당시의 거리와 길이 단위를 비교해 다시 분석한 결과"라고 차이의 원인을 설명했다.

장 학예사는 조선시대에는 거리 단위인 '리(里)'와 길이 단위인 척(尺), 촌(寸.1척=10촌)이 달리 사용된 점을 주목했다. 거리와 길이 단위를 함께 쓰는 현대의 '미터법'으로는 조선시대의 지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동여지도'(총 22첩) 제1첩에는 정사각형 모양의 '방안'(方眼.모눈)이 나와있다. 지도의 축척을 알려주는 기본 단위다. 김정호는 1 눈금(2.5㎝)을 10리로 표기했다. 1리는 2160척에 해당한다(1746년 간행된 조선시대 법전인 '續大典(속대전)'에 규정됐다). 조선시대의 1척(周尺)은 요즘의 21㎝, 1촌은 2.1㎝ 안팎(옛 도량형기를 측정한 수치)이다.

이대로 계산해 보면 '대동여지도'의 1 눈금은 1.2촌. 1.2촌으로 10리를 나타낸 것이다. 10리를 촌으로 환산하면 21만6000촌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대동여지도'의 축척은 18만 분의 1(21만6000을 1.2로 나눈 값)이다. 지금까지는 일제 강점기부터 쓰인 '10리=4㎞'를 기준으로 '대동여지도'의 축척을 추정했었다.

장 학예사는 "조선시대의 축척법을 당시 거리개념을 근거로 밝혀내기는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방법을 김정호의 또 다른 지도인 '청구도'(1834)에 적용한 결과 역시 18만 분의 1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후기 제작된 고지도인 '동여(東輿)'를 이날 일반에 처음 공개하고, 자료집도 함께 발간했다. '동여'는 18세기 후반의 군현(郡縣) 지도에서 19세기 대축척 전국지도로 옮겨가는 한국 고지도의 발전사를 보여주는 지도다.

◆대동여지도=보물 850호. 1861년 제작됐다. 가로 4.0m, 세로 6.6m 크기의 대형지도다. 우리나라를 남북 120리 간격으로 모두 22개로 나눠 만들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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