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소매점 오늘부터 영업허용/국내 유통시장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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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가전품·자동차·의류·시계등/유명상품 줄이어 들어올듯
국내 유통시장의 빗장이 풀렸다.
1일부터 화장품·주유소 등 15개 업종을 제외한 전자·자동차·섬유 등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외국업체들이 국내에 들어와 1천평방m(약 3백평)이하의 소매점을 10개까지 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대부분이 구멍가게수준에 머물러있는 국내유통산업이 선진기법으로 무장된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며 외국기업의 직판체제 구축으로 박리다매전략을 추진,국내 제조업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유통시장에 직접 진출을 꾀하고 있는 세계유명기업은 소니·히타치·필립스(가전제품),베스트전기·라옥스(일본 양판점),피에르발망·세이코·시티즌(시계),포드·인치케이프(자동차),미쉐린·굿이어·브리지스톤(타이어) 등 60∼7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 업체의 진출이 본격화되면 지금까지 일부 고급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세계의 유명제품들을 길거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게 되며 이에 따라 가뜩이나 늘고 있는 외국산소비재의 수입이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공부 분석에 따르면 외국업체의 국내직판 소매점체제가 갖춰질 경우 자동차·시계 등 주요제품의 소비자가격이 11%에서 80%까지 하락하고 이에 따른 외제품 소비증가로 수입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통시장의 개방은 소비자들에게는 싼값으로 좋은 제품을 사쓸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국내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외국기업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맞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 유통산업은 종업원 2인이하의 구멍가게가 전체의 90%를 넘는등 영세성을 면치못하고 있는데다 정부와 업계의 대비태세가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유통업이 국내산업의 경쟁력과 맞물려있어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중요한데도 유통업에 필요한 물류시설등의 부동산 매입조차 금지하고 있으며 업계는 외국기업에 맞서는 공동대응책마련보다 단기적인 이익추구를 위해 경쟁적으로 수입창구역할을 맡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산업피해구제제도의 정비등 관련법제도의 정비와 함께 86년 유통시장 개방이후 일본업체에 의해 침몰해버린 대만의 가전업계를 교훈삼아 업계는 품질혁신에 힘을 기울이고 소비자는 외제선호에서 벗어나 제품의 질을 따져 물건을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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