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총책 서주환 건설부기획관(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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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도시/“어물어물 넘기지 않겠다”/전지역 철저히 점검 하자땐 재시공/입주 좀 늦겠지만 기본틀은 그대로
불량레미콘 공급사건이 사회적인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신도시건설을 총괄하고 있는 서주환 건설부 신도시기획관(56)을 만났다.
서기획관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숙인채 몇번이나 『송구스러울뿐…』이라고 되풀이한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서두를 뗐다.
그는 『이번 일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수많은 문제점을 깨닫게 됐다』며 『차제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처음부터 조목조목 따져나가겠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각자 맡은 일을 제대로 다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
품질관리문제의 경우 법규나 제도는 어느정도 갖춰져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데 있다.
레미콘만 하더라도 공급하는 업체나 이를 받아 쓰는 건설업체 모두 품질관리가 의무화돼있다.
또 공사현장마다 감리가 있고 시장·군수와 중앙정부도 감독책임이 있기 때문에 3중,4중으로 체크하게 돼있어 각자가 맡은 일만 충실히 한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빚어졌다.
­5년사이에 30만가구분을 지어 5개도시를 새로 만드는 것 자체가 현실여건을 무시한 일종의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있는데.
▲2백만호 주택건설 계획중 신도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정도로 물량면에서는 추진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신도시는 특히 수도권의 시급한 주택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신도시 아파트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집값이 안정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보아달라.
­신도시건설이후 자재난·인력난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번 사태도 결국 자재난속에 무리한 일정에 쫓기다 빚어진 것 아닌가.
▲각종 주요자재 공급이 원활치 못한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 종합적인 수급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건설부내에서는 물론 다른 부처들과도 협의중이다.
­일정이 다소 늦춰지더라도 안심하고 살수 있는 집을 지어달라는 여론이 높은데.
▲공기는 어느 정도 늦추기로 이미 관계부처간 합의했다. 공기보다 품질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방침이다.
또 각부처간에 합동으로 신도시내 1백20개 공사현장 전체에 대한 품질관리 실태조사가 진행중이다. 7월초까지 계속될 예정인데 이 조사결과 품질에 하자가 있을 경우에는 가차없이 재시공등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따라서 입주시기도 다소 늦춰질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달라.
­분양·착공시기도 대폭 조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물론 품질에 대한 불안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품질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나 기본틀을 크게 벗어날 수는 없다.
지금에 와서 공급일정을 대폭 늦추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케할 것이다.
분양시기도 부분적으로는 다소 늦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큰 폭의 연기는 불가능하다.
­각종 자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대책이 있는가.
▲시멘트·철근 등은 일부 수입하고는 있지만 크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문제는 골재인데,현재 골재확보를 위한 법규개정을 추진중이다. 올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통과되면 내년부터 크게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법안의 골자는 강모래채취·공급을 원활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골재문제는 지금 당장도 시급한데.
▲바닷모래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충분히 씻기만 하면 아무 이상없이 쓸 수 있고,또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로포장등 철근이 들어가지 않는 토목부문 등에는 염분함유량이 다소 높아도 문제가 없다고 하므로 강모래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바닷모래로 메울 수 있다.
­충분히 씻지 않는 것이 문제아닌가.
▲물이 부족한데다 감독도 불충분했음을 인정한다.
인천지역이 문제인데,우선 8월말예정으로 수도물 공급을 대폭 늘릴 계획이고 별도의 세척·야적시설도 확보하겠다.
아울러 업자들에 대한 감독·교육도 강화하겠다.
­시공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자재못지 않게 심각한데.
▲감리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현재는 건설업체가 임의로 감리인을 선정,고용인 비슷하게 돼 있다. 업체가 선정,보수를 지급하는 상황에서 감리인에게 성실·정직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선진국일수록 감리제도가 엄격하게 돼있는데 차제에 우리도 특별감리제를 도입할 생각이다.
업체가 아닌 제3자가 선정,객관적인 입장을 유지케할 계획으로 7월말께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의 감독이 더 소홀한 것 아닌가.
민간업계가 자율관리를 하도록 유도해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같은 체제가 뿌리를 내릴 때까지는 정부의 「시어머니」노릇이 불가피한데,이 점은 명심하고 있다.
­사건발생 50일이 지나도록 정확한 사태파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등 뒤처리도 소홀하다는 여론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업체외에 다른 업체에도 문제가 없는지를 철저히 밝혀내기 위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결코 어물어물 넘어가진 않겠다.
­9월부터 분당시범단지 입주가 시작되는데 투기·전매 우려도 높다.
▲딱지거래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리하겠다. 신도시의 목적은 결국 집값안정·실수요자 공급확대에 있기 때문에 이를 위반하는 것을 그냥 놓아둘 수는 없다.
서기획관은 고려대 정치학과를 졸업한뒤 64년부터 줄곧 건설부에 근무해왔으며 89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주재 건설관을 지내다 지난 5월 귀국하면서 신도시업무를 맡았다.
서기획관은 87년 대홍수 다시 방재계획관을 지내기도 했는데,이번 일이 터지자 건설부내에서 『큰일을 몰고다니는 사람』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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