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해외 이전과 국내의 설비투자 감소가 가속화하면서 '제조업 공동화'가 위험수위에 이르렀고 성장잠재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실증적 분석이 나왔다. 이런 우려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속도와 정도가 너무 빠르고 가파르다는 데 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제조업의 해외 투자는 1994년 1천건에서 지난해 1천8백여건으로 급증, 현재 해외투자가 국내 설비투자의 10%에 이르고 있다. 과거에는 섬유.의류 등 단순 임가공 업체들이 중국 등지로 주로 나갔지만 최근에는 전기.전자 등 첨단 분야까지 대거 한국을 등지고 있다.
반면 국내외 기업인들이 한국에서의 신규 투자를 기피하는 바람에 국내의 제조업 일자리가 90년 5백4만개에서 올해 4백16만개로 무려 88만개나 줄었다. 선진국의 경우 제조업 고용비중이 10~17%포인트 떨어지는 데 30년 넘게 걸린 반면 우리는 불과 12년 만에 8%포인트나 하락했다. 청년 실업 등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인들이 고임금-저효율의 노동력에다 공격적 노조, 비싼 땅 값에 끝없는 규제 등으로 국내에서 제조업을 할 의욕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등지로 가면 땅값.인건비가 싸지, 노사 갈등이 적지, 정부 지원까지 대폭 있으니 굳이 한국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우리가 금융 등 정보.서비스 산업만으로 먹고 살 형편도 아니니 이대로 가면 한국 경제는 미래가 없다는 우려가 기우만은 아닌 것이다.
제조업 공동화와 성장잠재력의 잠식을 막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 기업과 근로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무엇보다 일부 강성 노조 때문에 한국 경제가 더 이상 골병들지 않도록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한편 규제는 과감히 풀고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노조도 당장의 혜택과 세불리기에 골몰할 때가 아니다. 제조업이 공동화하면 노조의 세력도, 과실도 훨씬 줄 것임을 성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