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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수비수'가 축구 종가 흔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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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8세의 어린 수비수 한 명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겨울 이적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 선수는 '축구 종가'의 변방인 웨일스 출신으로 이제 겨우 열여덟 살이며 챔피언십(2부리그) 사우샘프턴 FC 소속이다. 공격수도 아닌 수비수다.

1월 이적시장이 개장되자마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 리버풀, 토트넘 홋스퍼,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내로라하는 프리미어리그 명문 팀들이 모두 영입 작전에 나선 선수는 가레스 베일(사진)이다. 토트넘이 600만 파운드, 맨U가 7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제시했지만 사우샘프턴은 요지부동이다. 2008년 여름까지 계약돼 있는 베일의 이적료로 사우샘프턴이 책정한 금액은 무려 1000만 파운드(약 185억원)다. 조지 벌리 사우샘프턴 감독은 최근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베일은 최소한 이번 시즌까지는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챔피언십리그 5위인 사우샘프턴은 3위 이내로 리그를 마치면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할 수 있어 리그 중간에 핵심 전력을 놓칠 수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영국 '미러'지는 24일(한국시간) "마틴 욜 토트넘 감독이 베일 영입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고 보도하는 등 이적 가능성은 열려 있다.

사우샘프턴에서 왼쪽 윙백을 맡고 있는 베일은 성숙한 볼 터치와 영리한 플레이, 뛰어난 체력에다 위력적인 드리블과 크로스 등 어린 나이에도 나무랄 데 없는 기량을 가졌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왼발이다. 올 시즌 리그 26경기에 출전해 기록한 5골 중 4골을 왼발 프리킥으로 만들었다.

사우샘프턴 유소년팀에서 뛰던 베일은 16세 때인 2005년 사우샘프턴과 정식 계약을 했고, 지난 시즌부터 1군에서 뛰었다. 사우샘프턴은 유망주 한 명을 잘 키워 프리미어리그 승격과 함께 대박을 노리게 됐다.

베일 영입설은 이영표(토트넘)를 계속 불안케 하고 있다. 베일을 선택했다는 건 주전으로 키우겠다는 계산으로 봐야 한다. 공격력을 겸비한 베일은 왼쪽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어 맨U가 베일을 데려온다면 박지성이 그와 경쟁할 수도 있다.

베일을 얘기할 땐 시오 월컷(아스널)과 라이언 긱스(맨U)가 빠지지 않는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잉글랜드 대표팀에 최연소 대표로 깜짝 발탁됐던 월컷은 동갑인 베일과 세인츠 아카데미와 사우샘프턴 유소년 팀에서 단짝이었다. 월컷은 지난해 5월 잉글랜드 사상 최연소 A매치를 치렀고, 베일도 이보다 3일 앞서 웨일스 사상 최연소로 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1200만 파운드에 아스널로 간 월컷의 뒤를 베일도 밟을 것이다.

34세인 긱스는 베일과 같은 카디프(웨일스의 수도) 출신이다. 이미 왼발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긱스는 17년간 웨일스 대표팀에서 60경기를 치렀고, 이제 A매치 네 경기를 치른 베일이 긱스와 함께 세계 정상급 왼쪽 라인을 형성하게 됐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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