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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우리 기업들 생산공장 왜 중국으로 옮기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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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요즘 우리나라 회사들이 중국으로 많이 간다는 소식을 자주 들으시죠. 여러분 부모님이 다니는 회사가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나라 제조업이 텅텅 비게 생겼다는 걱정도 나오고요. 왜 우리나라 기업들은 고국을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으로 가는 걸까요.

중국 진출에는 회사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크게 보면 인건비와 땅값이 싸기 때문이에요. 경제단체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경우 중국인의 인건비는 우리의 10분의1 수준이래요. 한국에서는 근로자에게 한달에 1백만원을 줘야 한다면 중국에서는 10만원만 주면 되는 셈이죠. 인건비가 싸면 제품 가격도 내릴 수 있어요. 품질이 같은 제품이라면 당연히 가격이 싼 것이 더 잘 팔리게 됩니다.

공장을 짓는데 필요한 땅값도 중국이 훨씬 싸답니다. 한국 땅값의 4분의 1만 쓰면 된다는군요.

이유는 또 있어요. 중국은 인구가 10억명이 훨씬 넘잖아요. 이들에게 TV나 냉장고 등을 팔면 얼마나 많이 팔 수 있겠어요. 기업들은 엄청난 중국 시장을 뚫기 위해 중국으로 가는 겁니다. 아무래도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하면 인맥도 생기고 최신 정보도 접할 수 있어 시장 개척이 훨씬 쉽겠죠.

그래서 중국에는 우리기업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 외국 기업들도 많이 진출해 있어요. 이밖에 우리나라에서는 노사분규가 잦고 공장을 지을 때 규제가 많아 중국에 진출한다는 기업들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공장을 설립하는데 필요한 서류가 평균 35개인데 중국은 그 절반이라는군요. 여기에 한.중 간 문화의 유사성과 우리말을 하는 중국동포(조선족)가 있는 것도 중국 진출의 이유랍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금까지 중국에 얼마나 나갔을까요. 우리나라는 1992년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진출이 시작됐죠. 수교 이전에도 우리 기업은 홍콩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중국에 투자하기는 했지만 금액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투자는 수교 후 본격화된 거죠.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중국 투자는 97~98년 외환위기로 줄었다가 99년부터 회복된 후 계속 증가해 지난해에만 1천3백30건에 금액으로는 8억8천8백만달러에 달해요. 1조원이 넘는 큰돈이죠.

올해 6월 말까지 그동안 우리 기업의 중국 투자는 총 8천건에 72억달러나 돼요.

이건 한국에서 파악되는 통계고요, 중국 자료로는 그동안 한국 기업 총 투자가 2만2천건에 1백52억달러에 이르죠. 차이가 크죠. 이런 차이는 ▶신고하지 않고 진출한 기업▶중국에 이미 진출한 기업이 자회사를 세운 경우▶홍콩이나 미국에 있는 우리 기업이 중국에 투자한 경우가 통계에 잡히지 않아 한국과 중국 간 집계 방식 차이에서 생긴다고 해요. 이런 중국 투자의 90% 정도가 공장 설립 등 제조업 분야 투자예요.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이렇게 중국으로 많이 나가면 우리나라 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결론적으로 말해 좋지 않습니다. 당장 우리 제조업체들이 모두 외국으로 빠져 나가 우리나라에 제조업체가 텅텅 비는 '공동화(空洞化)'현상이 깊어지면 여러분의 부모님이나 형님이 일할 자리도 없어지게 됩니다.

얼마 전에 한 경제단체가 조사해 봤는데 우리 기업이 중국에 만들어준 일자리가 1백만개나 된다는군요.

이것을 양국 간의 임금 수준 등을 감안해 한국에 적용하면 한국에서 일자리 10만개가 줄어든 거래요. 우리나라에선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데 참 안타까운 일이죠.

또 부모님이 월급을 받지 못하면 집에서 쓰는 돈을 줄여야 합니다. 돈이 없어 물건을 못 사면 당연히 물건을 만드는 회사들도 생산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경영이 좋지 않게 되겠죠.

그렇다고 인건비 등 비용을 줄여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중국으로 가는 기업들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어요. 좋은 타협책은 없을까요.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을 해요.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더라도 연구.개발(R&D)이나 디자인 등 핵심 부문은 우리나라에 남겨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죠. 돈을 잘 버는 일은 한국에서 하고, 돈을 적게 버는 일은 중국에서 하자는 거예요.

예를 들어 멋지게 신발을 디자인하고 충격을 덜 주고 착용감이 좋도록 하는 기술연구 부문은 한국에 남기고 이를 바탕으로 단순히 '만드는 것'의 업무만 중국에 보내는 거죠. 또 노사관계를 개선하고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 우리나라에서도 사업하기 좋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요.

염태정 기자

<사진설명>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국 투자액이 지난해에만 1조원을 넘어 국내 공장의 '공동화'현상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푸젠성에 있는 휴대전화 조립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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