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집중외교로 해결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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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관계기사 8면>

부시의 이 같은 태도 변화를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불필요한 말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이란 '배려론'과 이라크와 국내 문제에 매달리다 보니 북핵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배제론'이 엇갈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한국과 중국.일본.러시아 등의 파트너들과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집중적인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고만 간단히 언급했다. '북한'이라는 단어도 등장하지 않았으며,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도 없었다.

2002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 2003년엔 "억압적인 정권" "무법 정권", 2004년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 등으로 규정하고, 지난해엔 "시리아.미얀마.짐바브웨.북한.이란 같은 (민주주의가 아닌) 나머지 절반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적으로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게다가 '세계적 민주주의 확산'이란 자신의 대외정책 구호를 재확인하면서도 쿠바.벨로루시.미얀마 등 3개국만 적시했을 뿐 이들과 함께 '폭정의 전초기지'로 늘 함께 예시해 오던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이 과거 어느 때보다 대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신중한 자세를 취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맨스필드 재단의 한반도 전문가인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부시 대통령이 6자회담의 판을 깨는 것을 원치 않고, 일이 잘못됐을 경우 미국이 회담 파탄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년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문제와 미국 내 문제에 집중하기 원하기 때문에 북핵 문제가 주요 관심 영역에서 밀려났다는 해석도 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부시 대통령의 주된 관심은 이라크 위기를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중 외교'라는 부시 대통령의 표현은 내용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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