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병어회와 깻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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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군산 째보선창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 주전자 시켰더니 병어회가 안주로 나왔다

그 꼬순 것을 깻잎에 싸서 먹으려는데 주모가 손사래 치며 달려왔다

병어회 먹을 때는 꼭 깻잎을 뒤집어 싸먹어야 한다고, 그래야 입안이 까끌거리지 않는다고


은백색 병어는 봄 끝부터 살이 올라 가을 끝에 알이 찬다지요. 생긴 것만큼이나 담백한 병어. 뼈째 씹을수록 꼬숩고 달착지근한 병어. 깻잎 한 잎 뒤집어 놓고(이제부터 깻잎은 늘 뒤집어 싸먹어야겠습니다!), 병어 두세 점 올려놓고, 쌈장에 엷게 썬 마늘이랑 풋고추 한 조각 얹어 쌈 싸 먹고 싶습니다. 봄 끝 압해도에서 된장에 찍어 먹었던, 혀끝에 살살 녹았던 얼린 어린 병어의 얼음보숭이 맛도! 한데 군산이나 전주쯤에서는, 막걸리를 시키면 이 맛난 병어회가 공짜로 나온다지요, 아마!

<정끝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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