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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유감'과 창작의 자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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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5년 9월 서태지와 아이들 4집에 수록된 '시대유감'이 공륜(한국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에서 가사수정 지시와 함께 반려되어 연주곡으로만 실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계기로 '음반사전심의제'가 집중 포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해 11월 17일「음반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정기국회를 통과, 일제시대 이후 60여년동안 대중음악 발전을 옥죄어왔던 사전심의제가 1996년 6월부터 역사의 유물로 사라지게 된다.

'사전심의제' 폐지라는 성과가 있기까지는 정태춘·김민기·안치환 등 의식있는 가수들의 끝없는 투쟁이 있었다. 특히 정태춘씨는 공윤의 심의 자체를 거부,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불법(?) 음반을 발매해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대중예술 작품은 퇴폐 혹은 불온이란 이유로 방송과 유통이 금지되었고, 대중문화 정화라는 미명하에 아예 세상에 빛조차 보지 못한채 매장되어야 했다.

특히 1975년 6월 유신체제하에서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되면서 '국가안보와 국민총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노래'는 모두 추방당했다. 대표적인 노래가 송창식의 '왜 불러' '고래사냥', 김민기의 '아침이슬' '상록수' 그리고 신중현의 '거짓말이야' '미인' 등 지금은 명곡으로 불리는 곡들이다. 외국가요도 1천여곡이 반전이나 외설·마약·폭력찬양 등의 이유로 금지되어 왔다.

당시 ▶ 동백 아가씨 (왜색) ▶ 기러기아빠(비판적) ▶ 댄서의 순정(저속·퇴폐) ▶ 방랑시인 김삿갓(일본곡 표절) ▶ 사랑하는 마리아(표절) ▶ 섬마을선생 (표절) ▶ 처녀뱃사공(일본곡) ▶ 아침이술(이유 미공개) ▶세실리아(가사저속) ▶ 필로 토크(가사외설) ▶ 더 하우스 오브 라이징 선(퇴페) ▶키스 미 퀵(저속·퇴폐)등의 이유로 음반이 폐기되었다.

그러던 것이 1987년 6·29선언 이후 문화해금조치로 '동백아가씨' 등 1백86곡을 부분적으로 해제되기 시작하는데 그때까지 금지곡은 2000여곡에 달했다.

그리고 이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담보할 만한 법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우리 대중가요의 끊이지 않는 표절논란과 음란성·저질 시비 등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한결 강화된 자율성에 걸맞은 창작자들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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