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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사회 서비스'로 이익 남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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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요즘 같은 시기에 공무원이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무엇일까. 얼마 전 만난 한 공무원이 이렇게 물어왔다. 머뭇거리자 이내 답을 내놓는다. 독식하지 말 것, 지각하지 말 것, 나서지 말 것이란다. 받은 건 절대로 혼자만 챙기지 말고, 밤 늦은 시간에 상사가 급하게 찾을 때 자리에 없어 찍히면 상당히 오래가며, 공연히 나서서 일을 만들지 말라는 의미다.

그러나 얼마 전 노동부는 정권 말기에 스스로 나서서 일을 만들었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제정해 1월 초 공포했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서비스 + 기업'을 뜻한다. 간병이나 출산 도우미, 아동 보육과 같은 돌봄 노동, 도시락 지원 등과 같은 사회서비스는 지금까지 주로 시민단체들이 맡았다. 필요한 돈은 대부분 정부와 기업이 대줬지만 앞으로는 이런 지원 방식에서 탈피하겠다는 게 법의 취지다. 시민단체가 기업으로 변신해 종전과 같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이익을 내서 자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경영능력이 없으면 컨설팅을, 땅이 없으면 국.공유지를 대주고 인건비도 일인당 월 77만원씩 지원하겠단다. 이들이 만드는 물건이나 서비스도 우선적으로 사 주고 세제 및 사회보험료도 지원한다.

언뜻 보면 '참 좋은' 법률이 아닐 수 없다.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는다. 정부가 해야 할 사회서비스의 일부를 민간에 아웃소싱하는 것이라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 정부나 기업 지원이 끊어지면 일자리를 잃는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구조에서도 탈피해 좋은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 기업도 사회공헌활동의 새 영역이 생겨나는 것이니 반대할 리가 없다.

그런데도 걱정과 불안이 앞선다. 정부가 선의에서 하는 정책일수록 제대로 된 게 없다는 과거의 경험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당장 사회서비스 가운데 이익을 낼 만한 사업 아이템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간병이나 돌봄 노동, 도시락 가운데 돈벌이가 될 만한 사업이 무엇일까. 무료로 하면 돈벌이가 안 된다. 돈을 받고 한다면 이런 사업을 하고 있는 민간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과연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민단체나 저소득층 사람들이 최고경영자가 돼 자금과 인사 등 경영관리를 맡을 수 있을까. 얼마 전 한 대기업이 봉재공장을 만들어 저소득층 여성들을 지원하려 했더니 화장실로 다 도망갔다는 일화도 있다. 아무도 사장을 맡지 않겠다고 해서였단다.

이들이 경영을 맡는다고 해도 경쟁기업의 경영수완을 당해내기 쉽지 않을 게다. 땅과 자금. 판매처를 도움받아 경쟁기업보다 가격을 낮춰 받을 수 있는 게 유일한 경쟁력 원천인데, 이렇게 해서 이겨도 문제다. 경쟁기업이 망하면 그 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실업자로 나 앉게 된다. 일자리에 관해선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다. 한 대기업이 결식 이웃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는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기존 도시락 전문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익이 안 나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다. 어느 기업이 지원하고 있는 장애인 전자업체는 이익을 내는 데 10년이 걸렸고 그동안 이 기업이 투자한 돈이 상당하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이 기업이 이익날 때까지 계속 지원해야 하므로 오히려 복지 예산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DJ정부 시절 벤처기업을 지원하다가 거액의 세금만 낭비한 사례도 있다.

정부 구미에 맞는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의 신규 수입원이 될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시중에는 상급 노동단체가 간병인 사업을 독점하겠다고 나섰다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노동부의 인증만 받으면 독점도 가능하니 공연한 얘기는 아닐 성싶다. 좋은 취지의 입법에 고춧가루 뿌리자는 심사는 아니다. 노동부가 이런 걱정과 불안을 잘 헤아려 정말 운용을 잘해줬으면 싶어서 하는 고언이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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