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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줄서 “한표… 한표”/광역의회 투표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내가 먼저 찍는다”경쟁도/백13세 할머니 62세 손자 손잡고/한마을 40명 40분만에 끝내 기록/“줄 돈없다”참관인 안내보낸 후보도
30년만에 부활된 지자제 광역의회의원선거가 실시된 20일 전국 1만4천7백80개 투표소에는 곳에따라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한표의 주권을 행사하려는 민의의 행렬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이었다.
일부 선거구 주민들은 투표가 시작되는 오전 7시 이전부터 투표소에 나와 기다리다 투표하는등 선거운동과정에서의 외견상 냉담한 반응과는 달리 참여 의욕을 보여 기초의회선거때 보다 투표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속에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등 시민단체들은 투표장 주변에서 「기권방지 및 타락후보 표안찍기운동」을 벌였으며 각후보·운동원들은 마지막 한표를 얻기위해 투표장 입구 등에 도열,기호·이름을 알리며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시공휴일인 이날 강남고속버스터미널·서울역 등은 오후들며 투표를 마치고 나들이에 나서는 시민들로 평소보다 다소 붐볐다.
○…강원도 삼척군 2선거구 5투표소인 삼척군 노곡면 주지리 23가구 40명의 유권자는 투표시작 40분만인 오전 7시40분 1백% 투표를 마쳐 전국에서 첫번째 투표 완료를 기록.
이 마을은 지난 3월26일 기초의회선거에서도 전국 최단시간 1백% 투표완료를 기록했던 마을로 주민들은 일찍 투표를 마치고 농사일을 시작.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2선거구 종로 1,2가동 투표소인 운니동 삼환기업빌딩 1층로비에는 투표시작 40분전인 오전 6시20분부터 유권자 10여명이 모여들어 첫투표를 하기위해 다투는 모습.
오전 6시부터 나와 투표소앞에서 기다린후 첫 투표를 한 전인섭씨(52·상업·서울 와룡동 46)부부는 『선거때마다 첫투표를 기록,민주시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 애써왔다』며 『특히 이번 선거는 서울시의 살림을 꾸려갈 인재를 뽑는 중요한 선거인만큼 아침도 거르고 나왔다』고 말했다.
○…성동 2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임팔만 후보는 15개투표소에 참관인을 단 한명도 내보내지 않아 눈길.
임후보는 『참관인 1인당 3만원씩 적어도 1백여만원이 필요하나 돈도 없는데다 당조직도 취약해 참관인을 구하기 어려웠다』며 『신민당후보참관인이 민자당 후보측을 잘 감시해주길 바랄뿐』이라고 밝혀 약간은 전의를 상실한 인상.
○…서울지역 최고령인 박상원 할머니(1백13세·상암동 419)는 아침일찍 투표할 예정이었으나 새로 발급 신청한 주민등록증이 이날까지 전달안돼 투표를 포기하던중 동사무소측에서 급히 주민등록증을 집으로 전달,오전 11시쯤 가까스로 투표에 참가.
손자 황문주씨(62)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박할머니는 투표를 마친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지만 주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 기쁘다』고 소감을 피력.
○…충남 홍성군 광천읍 옹암리 525에 사는 1백6세의 이지역 최고령 김순봉 할머니는 손자가 운전하는 경운기를 타고 며느리등과 함께 광천읍 2선거구 4투표소인 광남국교로 가 오전 7시쯤 첫번째로 투표.
김할머니 가족은 오전 9시 발인하는 김할머니의 딸장례식에 참석키위해 일찍 투표했는데 손자 이강선씨(39)는 투표를 마치자마자 가족들을 집에 데려다준뒤 부인과 함께 곧바로 장례식행.
○…김덕주 대법원장·이해원 서울시장은 각각 부인과 함께 오전 8시,8시50분쯤 서울 한남 2동 동사무소에 마련된 용산 1선거구 2투표소에 도착,한표를 행사.
김대법원장은 투표를 마친뒤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미소만 지어보이고 바로 귀가했으나 이시장은 『이번 선거운동기간중 타락·과열현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투표가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속에서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한뒤 『새로 구성될 시의회와 시정발전을 위해 원만한 협조관계를 이뤄갔으면 한다』고 소감을 피력.
◎부친상일가 상복차림 눈길/후보사퇴 모르고왔다 항의
○…경북 경산군 진양면 평사1리 마을회관에 설치된 경산군 2선거구 6투표소에는 오전 7시3분쯤 부친상을 당한 이 마을 김도수씨(43) 가족 4명이 상복차림으로 투표하기도.
김씨는 『부친상중이지만 30년만에 처음 실시되는 이번 광역선거에서 올바른 내고장 일꾼을 뽑기위해 귀중한 한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서울 대방동 60 (주)국정교과서 본관 1층에 설치된 동작 3선거구 5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투표소 정문에 나붙은 「기호 6번 이성일 후보(46)가 지난 15일자 사퇴했음」을 알리는 선관위측 공고문을 보고 어리둥절.
한 유권자는 『이후보 사퇴사실을 전혀 모르고 나왔다』며 『사퇴직후 선관위가 어떤 방법으로든 유권자들에게 알려야했지 않느냐』며 선관위측의 무성의를 성토.
○…부산시 금정구 2선거구에 출마한 무소속 채선수 후보(34)는 오전 7시20분쯤 구서2동 2 투표소에서 투표하려다 주민등록증을 지참하지 않아 집에 되돌아가 주민등록증을 가져온뒤 투표.
채후보는 선관위 종사자에게 『주민등록증을 깜박 잊고 집에 두고 왔으니 운전면허증으로 신원을 확인,투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것.
10여분후에 투표를 마친 채후보는 『선거사무를 철저히 수행하는 종사자의 자세에 감복했다』며 칭송.
○…지난 기초의회선거때 전국에서 가장 낮은 26%의 투표율을 보였던 서울 서초 1선거구는 오전 10시 현재 총유권자 26만6천명중 13.9%인 3만7천여명이 투표에 참가,마감시간까지 50∼60%의 높은 투표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
한편 공선협은 오전 10시부터 3시간동안 서초 1선거구 일대 거리에서 「기권방지 및 타락후보 표안찍기」캠페인을 실시.
공선협의 한 관계자는 『한표의 주권을 반드시 행사,잘못된 정치에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대방동 60 (주)국정교과서 본관 1층에 설치된 동작 3선거구 5투표소 주변에는 「투표장 1백m이내에 설치된 후보자들의 벽보나 현수막을 투표 하루전까지 제거해야 한다」는 선거법에도 불구,신민당 민모후보(46)등의 현수막·벽보가 버젓이 나붙어 있어 상대후보의 격렬한 항의를 받기도.
이에 대해 투표구 관리위원장 임병홍씨(63)는 『19일 현수막 등을 제거하려 했으나 후보자들의 심한 반발때문에 그대로 둘 수 밖에 없었다』고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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