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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주최 자선음악회 실효성 의문 성격도 애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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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음악·무용평론가들이 본연의 고유활동인 평론의 영역을 넘어서 자신들이 몸담고 있은 예술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사·기획을 시도하고 있어 이를 두고 찬반론이 일고 있다.
한국음악평론가협의회(회장 김형주)는 2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협의회주관으로 「자선음악회」를 연다. 한국무용평론가회(회장 이상일)는 20일 내년이 「무용의 해」가 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과 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무용계 대표자들의 간담회를 마련한다.
음악평론가협의회가 열기로 한 「자선음악회」는 그 성격과 명칭에서부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주최측은 「평론가들이 뜻 있는 연주자들에게 부탁해서」개최한 연주회의 수익금으로 운영난에 시달리는 음악전문지를 돕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음악계에서는 평론가·연주자·음악전문지가 이런 식으로 얽히는 것이 과연 음악계를 위해 바람직하겠느냐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자신들은 「자선」이란 낱말은 해석할 탓이라고 말하지만 음악전문지가 과연 자선의 대상인지 또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까지 음악전문지가 출판돼야 하는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소리도 높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음악회를 통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려보겠다는 목표액도 정한바 없고, 앞으로 계속 이런 활동을 하겠다지만 얼마나 자주 「자선연주회」를 열어 어느 단체를 도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조차 없다는 점이다. 주최측은 「음악인다운 순수한 동기」만을 거듭 강조하면서 제1차지원대상인 월간지 『음악저널』외에도 『월간음악』등의 음악전문지나 연주 및 창작단체를 돕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협의회 소속 일부 평론가들조차 『연주자들이 무료로 출연한다손 치더라도 과연 음악전문지 운영에 도움이 될 만큼 수익금이 나올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출연자들이 상당수의 입장권 판매 부담까지 짊어지게 하는 우리 음악계의 고질적 병폐를 평론가들이 또 한차례 재현하게 된 것』이라며 민망스러워하고 있다.
이같은 음악회가 기획된데 대해 『둘로 갈라진 음악평론계에서 한국음악평론가협회(회장 김점덕)가 음악상을 운영하니까 한국음악평론가협의회는 이에 대응할 만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 이같은 음악회를 열게 된 것 아니냐』는 눈총과 함께 『엉뚱한 사업일당 그만두고 평론이나 잘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음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무용평론가들이 92년을 「무용의 해」로 제정하기 위한 무용계의 분위기 조성에 나선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여론이다. 올해를 「연극·영화의 해」로 정해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유도하는데 상당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문학부가 아직까지 92년을 어떤 해라고 발표하지 않은데 착안, 무용평론가들이 내년을 무용중흥의 계기로 삼고자 나섰기 때문이다.
무용평론가협회는 그러나 『왜 평론가들이 나서느냐』는 식의 반감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바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좌담회를 통해 일단 무용계 전반의 합의가 이뤄지면 「무용의 해 제정 추진위원회」같은 무용인들의 모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매우 차분하고 조심스런 태도다.
평론을 넘어선 활동에 나선 음악·무용평론가들의 다소 대조적이고 평가도 다른 이같은 움직임은 평론가들이 삼가야 할 일과 함직한 일에 대해 넓게 생각 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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