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인 돌발 탈당 충격파 … 열린우리 사분오열 신호탄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의 탈당 선언은 돌발적이다.

임 의원의 탈당 소식을 보고받은 당 지도부조차 "염동연(의원)이 아니고 임종인(의원)이라고?"라고 되물었을 정도다. 임 의원이 평소 국가보안법 폐지나 이라크 파병 반대 등 극단적 진보의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통합신당파를 대표하는 인사도 아닌 데다 탈당을 예고한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 의원의 탈당이 열린우리당 내에 던진 충격파는 크다. 당장 중국에서 귀국한 염동연 의원이 "2~3일 내"라며 가세할 뜻을 밝혔다.

탈당 흐름은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 간의 이분적 대립 구도를 뛰어넘어 3~4개 그룹 사이에서 확대 재생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파괴력이 큰 대선 예비주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당내 최대계파 리더인 정동영 전 의장은 이번에 법원 판결을 유도한 당 사수파 일부 인사를 겨냥해 '개혁 모험주의자'라고 비판하며 "이대로 앉아서 고사하는 게 아니라면 국민이 원하는 방향을 읽고 응답하려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모종의 결단을 암시했다. 천정배 의원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현 사태는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강봉균 정책위 의장 등 당내 보수그룹도 당의 정체성을 비판하며 탈당설을 흘리고 있다. 당 안팎에선 수도권과 호남을 중심으로 한 신당파 의원 중 40~50명이 탈당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탈당 도미노'가 현실화될지 여부는 29일 열릴 중앙위원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중앙위원 69명 중 3분의 2(46명) 이상 동의를 받아, 기간당원제를 폐지한 당헌 개정 과정의 법률적 하자를 보완하겠다고 하지만 통과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중앙위에서 의결되면 탈당 없이 전당대회까지 가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많은 분이 탈당을 기정사실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당 일각에선 아직도 "탈당 도미노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탈당 인사들을 한데 그러모을 구심점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여당의 울타리를 벗어나 허허벌판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건 전 총리의 중도 하차도 통합신당파들의 탈당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본다.

◆침묵하는 청와대=열린우리당 사태를 보는 청와대는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격이다. 윤승용 홍보수석은 정례브리핑에서 열린우리당 탈당 사태와 관련해 "그 문제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당장 노무현 대통령부터 침묵하고 있다. 윤 수석은 그 이유를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마당에 정략 부분에 대한 우려도 있고…"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4년 연임제 개헌안을 제안한 직후인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전당대회 개최 등에 관해 "당이 알아서 결정하는 게 옳다"고 개입하지 않을 뜻을 이미 밝혔다.

박승희·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