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와해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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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팬클럽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출범식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뉴스분석 공개 행보를 자제해온 정동영 전 의장이 21일 "앞으로는 어떤 현안도 회피하지 않으면서 '정동영의 정치'를 해 나겠다"고 선언했다. 노 대통령의 개헌 발의에 대해선 "국민은 대통령의 주도권 행사에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주도권이 싫다면 주도권을 국민과 국회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건 전 국무총리의 불출마 선언 이후 정 전 의장의 지지율은 소폭 상승하고 있다.

그는 이날 당 사수파에 대한 경고로 말문을 열었다. "정당의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간 것은 해당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흐트러진 여권의 전열을 모아 대통합을 이루는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탈당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동영계'가 탈당할 경우 그 효과는 분당이나 다름이 없다. 이렇게 되면 신당 논의 역시 새 국면을 맞게 된다. 선도 탈당 가능성을 비춰온 천정배 의원 측도 이날 "전대 이전에라도 (탈당을) 결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강경 신당파 중에선 이번 주께 탈당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22일 중국에서 돌아오는 염동연 의원의 측근은 "우려했던 일이 모두 벌어진 것 아니냐. 하루 이틀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하겠지만 시기가 임박한 것 같다"고 했다. 주승용 의원은 "빨리 탈당을 결행해야 한다고 공감하는 의원들이 40여 명이다. 염동연 의원이 홀로 나가지 않고 세를 이뤄 집단 탈당하는 시나리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수파는 "나갈 사람은 시원하게 빨리 나가면 좋겠다"(이화영 의원), "끊임없이 탈당 운운하며 당을 훼손하는 것은 분열적 책동"(이광철 의원)이라고 비난했다. 김근태 의장은 이날 탈당을 만류했지만 "당 와해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들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하자" vs "보이콧할 것"=중앙위를 열어 법률적 하자를 보완하자는 당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사수파는 여전히 반대했다. 김형주 의원은 "그런 과정을 밟을 경우 일부 사수파 의원과 기간당원이 전대를 보이콧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당내에선 "정 전 의장은 조건부 탈당을 얘기했지만 우리는 전대 자체에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양형일 의원)라는 '전대 무용론'도 퍼지고 있다.

글=김성탁·이가영 기자<sunty@joon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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