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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야구단 내일 해체돼도 오늘 훈련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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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시진 현대 감독(右)이 19일 인천공항에서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선수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현대 유니콘스 제공]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선수들의 발걸음이 무겁다. 최악의 경우 팀이 해체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훈련이 제대로 될지도 의심스럽다.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서 전지훈련을 하기로 계획돼 있었기에 출발은 하지만 모든 게 안개 속이다. 전지훈련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모른다. 일단 쓰고 나중에 결제하기로 했다. 그동안 매각 문제가 해결되든지, 현대 계열사를 통해 구하든지 할 생각이다.

'매각 소용돌이'에 휩싸인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선수들이 19일 오전 미국 전지훈련을 떠났다. 금광옥 배터리코치가 인솔하는 26명(투수 18명, 포수 4명, 코칭스태프 4명)의 선발대다. 전날 밤에 발표된 농협의 인수 보류 소식에 충격을 받은 듯 직원들의 표정은 어두웠고, 선수단을 배웅하기 위해 프런트와 함께 인천공항에 나온 김용휘 현대 사장은 선수들과 악수만 했을 뿐 훈시도 하지 않았다. 선수단도 별말이 없었다.

김시진 현대감독은 "어젯밤 저녁식사를 하다 농협이 구단 인수를 보류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몹시 당황했다. 선수들이 불안해하는 게 사실이다. 동요하지 말고 전지훈련에만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고참 투수인 정민태는 "착잡하다. 현대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다른 팀은 몰라도 현대는 쭉 갈 줄 알았다. 정몽헌 회장님이 살아계실 때 그토록 애정을 보여주셨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이렇게 된 게 안타깝다. 팀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다른 팀들도 프로야구 전체를 보고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이날 출국 명단에 연봉 재계약 협상이 불발된 마무리 투수 조용준은 빠졌다. 김 감독은 "어깨 수술을 받은 조용준의 몸이 100%까지 올라오지 않았는데 전지훈련 대상에서 빠져 아쉽다. 올 시즌 박준수와 조용준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새로 들어온 외국인 선수들도 기량을 살펴본 뒤 전체적인 시즌 운영 계획을 짜겠다"고 했다.

현대는 내야수 이숭용과 외야수 전준호, 포수 김동수 등 9명이 아직 재계약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25일 나머지 선수단과 함께 출국할 예정이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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