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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아파트 분양가, 안 낮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9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민간택지에 확대되면 주택공급방식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과연 분양가가 내려갈까 하는 것이다.

분양가가 내려갈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업계도 그렇게 보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내려갈지는 불확실하고 지금으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내려가는 것은 분양가만이 아니다. 품질도 내려간다. 건축비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중소형 기준으로 평당 339만원인 기본형 건축비를 15∼20%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평당 270만원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국민임대ㆍ분양전환임대 등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때 적용하는 표준건축비가 평당 289만원이다. 일반 아파트 건축비가 표준건축비보다 더 싸게 책정된다는 말인데 결국 품질이 임대보다 못해진다는 말이다.

임대아파트보다 품질 못할 수도

분양가 자율화 이후 주택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주택 품질은 훨씬 낮아지게 돼 상한제 주택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분양가상한제에서는 업체 이윤이 건축비에 반영돼 있다. 택지비는 실비 기준이다. 건축비 인하는 그만큼 이윤도 줄어든다는 말이다.

소비자들의 품질 불만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업체들은 이윤을 늘릴 수 있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예상되는 게 발코니확장ㆍ옵션비용 증가다. 이미 업체들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대형건설업체 주택 담당 임원은 “건축비마저 내려간 비용으론 기본적인 제품 밖에 만들지 못한다”며 “추가 옵션을 통해 품질을 높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업체 한 임원은 “평면구조와 홈네트워크 등 통신설비 등의 수준을 떨어뜨릴 수는 없고 마감재 수준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옵션을 통해 고급품목을 선택하게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한제와 건축비 인하로 품질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게 마감재 수준이다. 모노륨에서 온돌마루로 좋아진 수준이 다시 돌아갈 판이다. 베이 등 평면을 돌리기는 어렵다. 반발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4베이를 3베이로 돌리기는 어려운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커뮤니티시설과 조경 등이 줄어들 수 있다. 역시 주민 반발이 클 것이어서 무작정 줄일 수는 없다. 상한제에서 법정기준을 초과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일부 보전이 되기 때문에 줄이더라도 조금 줄어들 것 같다.

발코니확장ㆍ옵션 규제 없어

발코니확장ㆍ옵션은 규제가 없다. 분양가 이외 항목이어서 업체에서 자율적으로 매길 수 있다. 이미 발코니확장ㆍ옵션이 분양가를 올리는 ‘편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흥덕지구에 분양된 경남기업 단지다.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를 평당 908만원밖에 받지 못하자 발코니확장과 옵션으로 평당 200만원을 책정했다.

업체 입장에선 고육지책일 수 있다. 택지비가 비싸 건축비로 평당 400만원 정도밖에 책정할 수 없자 기본만 제공하고 옵션 등을 고급화한 것이다. 판교 중대형의 경우 건축비가 평당 550만∼600만원선이었다.

발코니확장의 경우 발코니확장 외에 온돌마루ㆍ붙박이장ㆍ주방가구ㆍ아트월ㆍ천정부탁형에어컨 등을 필수적으로 선택하게 했다.

옵션품목은 30여가지에 달했다. 물론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는 있지만 개별적으로 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해 웬만해선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도어록ㆍ바닥대리석ㆍ가전제품ㆍ음식물건조기ㆍ개별정수기 등이다.

앞서 판교 등에서도 발코니확장 등의 항목을 늘려 비용을 늘려 상대적으로 분양가를 높이곤 했다.

분양가상한제에서도 발코니확장ㆍ옵션품목 비용이 비싸지면 상한제에 따른 분양가 인하 효과가 반감된다. 분양가 외에 발코니확장비용 등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들어가는 총 비용은 크게 줄지 않기 때문이다. 또 취득ㆍ등록세는 분양가만이 아니라 아파트 총 구입비용이 대상이다.

그렇다고 업체들이 발코니확장비용 등을 함부로 올리기는 어려워보인다. ‘편법 분양가 인상’이란 지적이 나오면 정부도 규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풀어주긴 했지만 옵션품목 규제하듯 말이다.

진단과 전망

정부도 업체도 별 효용이 없다는 분양가 상한제를 왜 시행할려고 하나. 이런 내용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참 이상하다고 생각할 게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이 민심을 얻기 위해 억지를 쓰는 것인가.

억지를 쓴다고 민심은 돌아서지 않는다. 분양가 자율화로 자꾸 집값이 올라가니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안정을 시켜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상황에 처해 있는 여당에서 밀어붙인게 정부로서는 못마땅해 하는 것 아닌가. 분양가를 통제하면 공급이 위축된다는 논리를 앞세우면서 말이다. 당정이 엇박자다.

정부는 왜 반대할까. 정책실패의 주범인 정부가 오히려 집값을 잡기 위해 강력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야 할 입장인데 여당이 더 큰 소리를 친다? 앞뒤가 뒤바뀌어 버린 것 같다.

어쨌던 다수의 일반 시민들은 분양가 통제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마당에 옵션제란 이상 야릇한 제도를 이용해 공사비를 올린다고 하면 분양가를 잡아보겠다는 여당의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마이너스 옵션제. 얼핏보면 분양가를 굉장히 내리는 제도임에는 분명하다. 실제로는 내부 인테리어 명목으로 값을 왕창 올려버리면 분양가 인하 효과는 없어진다. 이런 사례는 전에 얼마든지 있었다. 고을 원님들 잘 챙겨보시와요.<초이>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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