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선거 무소속돌풍/정치(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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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도시 출마많아 여·야 모두 골머리/재력가 대거 공천 곳곳서 금품향응
광역의회선거 정국이 치사정국을 대체하면서 선거바람을 전국에 급속히 확산시킨 한주간이었다.
지난 1일 선거공고와 함께 시작된 후보등록도 6일로 끝났고 8일부터 첫합동연설회가 열린 것을 시발로 9일엔 무려 4백37개 선거구에서 유세전이 불을 뿜는다.
여야가 다같이 후보공천 후유증을 겪으면서 필승의 전열을 가다듬는데 혼신을 다하고 있는 와중에 외대생들의 정원식 국무총리서리 집단폭행이라는 패륜적 사건이 터져 시국의 흐름을 갈라놓았다.
○야측 인물빈곤 재확인
○…6일 마감된 후보등록 결과 전국에서 의원정수 8백66명에 2천8백77명이 입후보해 3.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어느 정당도 모든 선거구에 공천후보를 내지못해 지역문제의 심각성을 다시한번 실증시켰다. 집권대체세력을 자임하는 신민·민주당등 야측은 이에 덧붙여 인물자원의 빈곤이라는 중증현상을 재확인했다.
국가의 발전과 정당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지역감정을 허물고 누그러뜨려야 하며 또 정부와 사회상층부가 야권에도 인재의 수혈이 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등이 시급한 과제임을 재차 상기시켰다.
후보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80고령의 원로에서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25세의 청년에 이르기까지,또 전직장관 및 국회의원에서부터 교수·변호사·의사 등 전문직과 농업·상업·사업·노동운동가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분포를 보였다.
그러나 재력가들이 여야 정당공천후보들의 대세를 이룬 것은 짚어볼 사안이다. 선거운동 개막이전부터 금권·타락의 사전 선거운동이 심심찮게 나타나 우려의 소리가 높았는데 정당들이 앞다투어 재력가들을 대거 공천해 돈선거 양상을 낳지않을까 지극히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벌써 공천과정의 잡음으로 실증됐다. 민자당의 유기준 의원(하남­광주)이 재력가들을 공천하는 대가로 2억8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신민당의 김길곤(담양­장성) 이철용(도봉을) 이해찬(관악을)의원이 잇따라 탈당하면서 그 이유로 당수뇌부의 금전거래에 의한 낙하산공천을 주장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번 선거의 또다른 특징은 무소속후보들이 9백67명이나 등록,전체의 33.6%를 차지한 점이다. 정당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성정치에 환멸을 느낀 다수의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점이 크게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중 「참여와 자치를 위한 시민연대회의」의 추천후보들이 서울에서 15명이나 출마해 파란을 야기하는등 무소속후보들은 이번 선거의 주요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여야는 전망,대응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수도권승패 사활걸어
○…여야는 중반선거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수도권의 승패가 이번 선거는 물론 향후 정치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아래 여야는 수도권공략에 사활을 걸고있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무소속후보들의 대거 출마와 높은 경쟁률은 여야에 모두 골칫거리가 되고있다.
여측은 여성향후보의 난립으로,야권은 야후보들의 각축으로 각기 제살깎아먹기 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자당은 선거법상 위법임에도 불구,친여성후보의 사퇴종용을 계속할 방침이나 선관위가 이를 강력히 경고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신민·민주당측은 야권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선거법에 저촉되는 옥외집회를 여는등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우선 청중수가 예상보다 훨씬 덜모이는데다 선관위의 위법경고를 받아 이중고를 겪고있다.<이수근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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