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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번 다녀와도 중국 알기엔 부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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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은 넓고 다양합니다. 1백번이 아니라 1천번을 다녀와도 중국을 다 이해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럭키금성상사 천신환 사장(52)이 1백회 중국 출장을 마치고 6일 귀국했다.
그의 출장횟수는 일본 경제인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기록. 그래서 이번에 북경의 중국당국과 경제인들이 성대한 환영식을 베풀기까지 했다.
천 사장의 북경 나들이는 중국이 꿈틀대기 시작한 84년4월 홍콩 지사장으로 광동교역 전시회에 참관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그는 한달에 한두번씩은 꼭 중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미 네브래스카주립대 교수 출신인 천 사장의 중국과의 인연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서 대학을 마치고 대만 국립정치대에 유학하면서부터 그에게는「중국통」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그의 중국어 실력은 현지인들 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여서 천 사장에게 한국만큼이나 중국은 편안한 나라다.
친구들도 많다. 정홍복 국제상회(우리의 무역협회)회장 등 통상관계자는 물론 고위군장성·중앙당 핵심 간부들도 대부분 그의 친구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중국의 흐름을 알기 위해 으레 천 사장을 통하고 중국 친구들도 한국의 깊은 속사정을 듣기 위해 그를 일부러 초청하기도 한다.
연말이면 국내 인사들의 연하장보다 황해를 건너오는 카드가 더 많을 정도다.
『천안문 사태 당시 북경에 체류하던 우리직원·가족들을 대피시키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비행기가 끊어진 최악의 상황에서 홍콩에 있던 그는 밤새 전화통을 붙잡고 북경 친구들을 동원한 끝에 결국 비행기를 띄워 직원들을 홍콩으로 대피시켰다.
이때 그는「한번 친구면 영원한 친구」라는 중국인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천 사장은『요즘 중국에 가면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쾌하기도 하다』고 했다.
북경과 상해에 하루가 다르게 빌딩과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 자유와 개방의 소중함을 느끼고 갈수록 따뜻해지는 중국인들의 환대도 그렇다. 그러나「우리가 좀 더 잘산다」는 얄팍한 생각으로 흔히 저질러지는 우리 관광객들의 추대를 보면 속이 상한다는 것.
『뿌리깊은 중화사상과 무리의 얄팍한 우월감이 부딪히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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