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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7번국도 겨울 맛 !기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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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서 뽀얗게 먼지 앉은 CD 한 장을 꺼냈다. 그룹 '푸른하늘'의 노래 '겨울바다'. 시린 바다 넘실대는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리며 듣기엔 그만이다.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섰다. 강릉으로 향했다. 대관령엔 미처 녹지 않은 눈이 겨울산을 덮고 있었다. 그건 일종의 '전주곡'이었다. 겨울바다를 향하는 여행객의 심장을 때로는 보채고, 때로는 달래 주었다. 강릉을 지나자 드디어 바다. 바람이 꽤 거셌다. 왼쪽 차창으로 세찬 파도가 눈발처럼 부서졌다. 그래, 기다리던 순간이다. CD를 꽂았다.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겨울바다로 가자 / 메워진 가슴을 열어 보자
스치는 바람 보며 / 너의 슬픔 같이하자

겨울바다로 / 그대와 달려가고파 / 파도가 숨 쉬는 곳에

역시 그랬다. 겨울바다는 '공기청정기'였다. 일상의 찌든 스트레스가 휙휙 날아갔다. 코가 시린 바람, 맹렬한 파도, 얼어붙을 만큼 시퍼런 하늘과 바다. 그게 바로 겨울바다의 묘미다. 뿐만 아니다. 해안을 타고 달리는 7번 국도에는 곳곳에 겨울 별미가 포진해 있다. 속초에는 '말짱 도루묵'에서 '금 도루묵'이 됐다는 도루묵, 삼척을 지나 울진에 들어서면 통통하게 살 오른 대게, 포항으로 가면 바닷바람에 촉촉히 몸 말린 과메기가 제철이다. 바다로 마음 씻고, 별미로 몸 씻고.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다.

때마침 방학이다. 마땅한 추억거리가 없다면 동해안으로 가자. 7번 국도 곳곳이 맛과 멋의 '포인트'. 가자, 겨울바다로!

글=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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