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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협조|서정돈 교수 <서울의대·내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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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질병을 성공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간에 협조가 갈 이뤄져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병원 측이 아무리 노력해도 환자자신 또는 가족들의 협조를 얻지 못해 치료가 늦어지거나 아예 치료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까지 있다. 정확한 진단이 내려져 치료방침이 확정됐다 하더라도 환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기대되는 치료효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오랫동안 투병을 계속하고 건강관리에 열중해야 할 때는 환자가 따라 주지 않으면 정말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 같은 어려움이 옛날에도 있었다는 좋은 증거가 있다. 즉 한대의 명의였던 창공은 치료가 어려워 결국 사망하게되는 환자의 유형을 세 가지「불치」로 분류했다. 즉『병들어 약 먹기 싫어하는 것이 제 1불치요, 무당을 믿고 의사를 믿지 않는 것이 제 2불치며, 자신의 몸과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제3불치』라고 지적했다.
병이 들었는데 약 먹기 싫어하면 당연히 치료가 어려워질 것이다. 과거에는 주된 치료활동이 약을 먹는 것이었겠지만 지금은 수술 등의 치료행위도 여기에 포함돼야 한다. 수술을 해야 좋아질 수 있는 명인데 수술 받기를 거부하면 역시 치유의 기회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핵처럼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치료될 수 있는 환자가 약을 먹지 않으면 그 결과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처럼 합리적인 치료방침에 환자가 잘 협조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제 2불치에 해당하는 것인 때가 많다. 즉 의사를 믿지 않고 엉뚱한 치료법에 잘못 매달리는 것이다. 미신을 믿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면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런 충고를 하느냐고 화를 낼 사람도 많겠지만 미신과 진실과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별이 어려울 때가 있다고 생각해야한다.
약·수술보다 더 신통하고 신비스러운 치료법이라면서 과학적임을 가장하고 초조해 하는 환자에게 접근하는 미신이 생각보다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 원칙적인 치료방법보다 좀더 쉽고 간단한 치료법을 열심히 찾아다니는 사람이 미신의 올가미에 걸려들 기회가 더 많다는 것도 기억해 둘 만할 것이다.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가볍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투병생활을 계속하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도 치료효과가 보장될 수 없다. 투병을 남이 대신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환자의 의지·노력이 뒷 받침되지 않으면 치료는 그만큼 힘들어진다.
정확한 진단, 합리적인 치료방침 등 환자의 진료에서 의사의 책임이 크지만 이에 못지 않게 환자자신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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