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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고건 "불출마" 후폭풍… 여권 주자 춘추전국시대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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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연지동 여전도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고건 전 총리의 대선 출마포기 기자회견에서 고 전 총리가 승강기를 이용해 회견장으로 가고 있다. 한편 기자회견은 지지자들이 회견 무효를 주장하며 저지하는 바람에 열리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고건 전 총리의 정치활동 중단 선언이 '2007년 대선'을 안개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정치권 지형변화는 불가피해졌다.대선구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통합신당론의 한 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열린우리당+민주당+고건'이라는 통합신당론에서 빠져버린 고건의 자리를 뭘로 메울거냐다. 새로운 명분을 찾아내지 못하면 노 대통령과 당 사수파가 주장하는 '도로 지역당론'에 잡아 먹힐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핵심 인사는 "고건씨의 중도 포기는 예상됐던 것 아니냐,빨리 왔을 뿐"이라며 "정계개편과 대선판 짜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불안해진 건 두사람이다.바로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다. 이명박,박근혜 등 야당 후보들과 유일하게 지지율 경쟁이 가능했던 고 전 총리가 최근 지지율 하락에 중도포기 했다는 사실은 두 사람에게 엄청난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두 사람의 지지율은 한자리 수다.

물밑에서 계속 제기되던 '김근태,정동영 불출마 선언후 범개혁세력 대결집'주장이 의외로 힘을 받을 수 있다.한 초선의원은 "이제 김근태,정동영 두사람이 여당의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게 고건 사퇴에 이은 두번째 수순"이라며 "상당수 의원들이 이런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여권 대표주자는 누가 될까.여권 사람들은 "당분간 아무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는 "이제 여권 대선주자는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한 사람이 천하를 평정하는 모양새를 띄지 않겠느냐"며 "당 안팎의 가능한 인사들이 완전경쟁을 통해 스스로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권 고위관계자도 "고건 사퇴로 정운찬,박원순,문국현 등 외부 인사와 김혁규,이해찬,천정배,유시민 등 당내 인사까지 포함해 후보군의 외연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겉으론 담담한 반응이지만 야당 주자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 총리의 퇴장으로 상당기간 여권 후보는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결국 상대가 없는 싸움는 한동안 계속될 수 밖에 없다.특히 여권 후보가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야당이 먼저 후보를 결정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한나라당 관계자는 "야당이 후보를 결정지은후 여당이 이에 맞설 수 있는 맞춤형 후보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점이 야당으로선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저런 셈법이 오가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혹시 고건 전 총리가 최근의 지지율 부진을 타개하고 회생하기 위한 장기 포석으로 정치활동 중단 카드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심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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