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판매-색깔로 승부 건다-상품판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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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노란색의 「스쿠프」시판을 시작했다.
그동안 수출시장에서나 선보여온 「노란차」를 국내시장에 내놓기는 처음으로 그만큼 이 결정은 모험적이었다.
그러나 현대측은 재작년 가을스쿠프의 첫 발매 때 역시 선보였던 파란색상이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던 경험에서 이번 판매도 승산을 점치고있다.
파란 스쿠프는 작년 상반기 중 판매율을 비교할 때 58·7%로 시장을 휩쓸었고 다음 빨간색이32·5%,반면 무난한 검정·은색 등은 10%미만에 불과했다. 『우리의 컬러전략이 적중한 셈이지요. 스쿠프는 스포츠형 차인데다 대상고객을 주로 부유층의 10대로 잡았기 때문에 개성적이고 경쾌하면서 스피디한 느낌을 주는 색을 써야 한다고 판단했지요. 그래서 원색 계열을 택한 겁니다. 동사 컬러디자이너 한나랑씨의 말.
스쿠프의 이 같은 원색전략은 최근 몇년새 의류패션에서 강하게 부각되고있는 「컬러혁명」이 자동차시장에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옛말도 있듯이 색깔이 소비자들의 우선 상품선택 기준으로, 또 메이커에는 상품판매 성공여부를 좌우하는 주요 관건이 돼온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80년대 중반이후 의류에서 가전-주방용품-자동차-가구-인테리어용품 등으로 확산돼 가고 있는 색의 물결은 그것이 종래의 고정관념을 깬 밝고 개성화한 색들일 뿐 아니라 상품기획에서 색상의 중요성을 보다 강조하고있다는 접에서 주목되고 있다.
기업의 마키팅담당자들도 『이제 상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색상』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변화에는 사람들의 소득수준향상에 따른 수요패턴의 다양화·개성화가 기본배경이 되고있다.
예컨대 전자제품도 더 이상 있고 없고가 과시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가졌느냐가 관심의 주요대상이며 따라서 메이커들도 마키팅에 승부를 걸려면 우선 눈에 띄는 색상에서부터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부추겨야 하기 때문이다.
근래 기업들이 유행색에 특별히 관심을 쏟고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행색이란 소비자로서 보면 뭔가 새로우면서 그만큼 많이 보급된 듯한 색이지만 기업입장에서 엄밀히 말하면 향후 수요창출을 위해 경향을 예측하고 만들어내는 색이다.
국제적으로 유행색이 만들어지는 관례를 보면 현재 18개국이 가입돼 있는 국제유행색협회 (인터컬러)가 회원국들의 제안을 받아 그 경향 등을 분석, 2년 전에 제시하는 것이 기초가 된다.
여기에 원단업자들이 가세, 1년반전에 국제 쇼를 통해 유행소재를 개발해 내놓고 1년을 앞두고는 구체적인 디자인들이 선보인 뒤 당해에 메이커들이 이를 제품으로 쏟아내면서 유행의 물결을 이루게 된다.
올해의 국제유행색 경향은 여전히 「자연지향」(에콜로지)을 테마로 지난해에 이어 열대과일과 태양·바다를 연상케하는 빨강·노랑·오롄지·푸른색 계열이 주를 이루며 색조가 보다 선명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행색의 흐름이 그대로 국내업체들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89년부터 해외색상 및 패션정보를 국내업체들에 판매하고 있는 코오롱패션시스팀의 정혜란 실장은 『대부분 업체들이 국내소비자들에게는 받아들여지기 쉽게 이러한 정보를 한차례 걸러 제품화하고 있다』며 『유행색과 소비자들이 보통 많이 찾는 갈색·회색 등 무난한 색들과의 생산비율을 3대7정도로 안배한다』고 말한다.
의류패션의 경우는 그래도 국제적 흐름에 거의 동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가전·자동차처럼 자주 바꾸지 않는 제품의 경우 오래 싫증나지 않는 무난한 색들이 여전히 선호되는 만큼 유행에서의 문화 차는 크다.
예컨대 현대 쏘나타의 경우지금까지 판매율의 71%가 회색·은색·베이지색일 정도로 보수적이다. 스쿠프는 수출용으로 내는 녹색을 아직 국내에서는 엄두를 못내는 실정이라는 현대측 얘기다.
럭키금성 디자인종합연구소가 최근 국내관련업체들을 조사·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유행색은 ▲의류의 경우 오렌지·청록색계열 ▲가구는 작년에 이어 흑·백계열 ▲가전품은 갈색 및 녹색계열이 중심을 이룰 것으로 예측됐으며 ▲자동차는 암적색·바다색 등이 보다 보편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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