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후보 검증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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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5일 오전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시스]

'폭풍전야'다. '후보 검증론'을 둘러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 측의 대치 기류가 심상찮다. 박 전 대표는 연일 이 전 시장을 겨냥해 '검증론'을 주장했다. 툭툭 건드려 보는 수준을 넘어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가 세지고 있다. 이에 맞서는 이 전 시장의 태도 역시 예사롭지 않다. 두 진영 사이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5일 후보 검증과 관련, "후보가 당의 노선.정책.이념과 맞는지 당에서 당연히 검증해야 한다"며 "국민이 궁금해 하는 문제에 대한 의혹이나 궁금증을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당이 내놓은 후보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본선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내보내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과 반대되는 방법으로 정책을 펴서 잘못된다면 당도 망하고 나라도 잘못된다"며 "(검증 대상에는) 언행의 일관성이 있느냐가 포함돼야 하고, 모호한 점이 있으면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가 '검증론'의 전면에 나선 것은 '여기서 더 밀리면 끝장'이란 절박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20%포인트 안팎의 지지율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선 공세적 행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지지율과 상관없다. 원칙적인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달라진 머리 모양을 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5일 오후 대선 후보의 검증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박 전 대표는 이날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핀으로 양 옆을 단단히 고정시켰던 올림머리 대신, 기존 스타일은 유지하되 전체적으로 머리를 느슨하게 늘어뜨렸다. 그는 머리 모양을 바꾼 이유에 대해 "워밍업이 끝났다. 준비 기간이 끝난 것"이라고 답해 '전투'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앞으로 이 스타일을 유지할 것이란 뜻도 내비쳤다. '전투 모드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표 시절에도 전투 모드를 했다. 뭐 안 되는 일만 걸리니 투쟁해야 되고…"라며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은 직접적인 논란에서 한발 비켜섰다. 여기에는 지지율이 뒤처져 있는 박 전 대표의 검증론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인 고려가 깔려 있다. 하지만 만약에 있을 '폭로전'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대응 논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두언 의원은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을 검증하자는 것이냐, 아니면 본인이 궁금한 것을 검증하자는 것이냐"며 "이미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언론이 검증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가 당 정체성 운운하는데 여론조사에서 당원들이 과연 누구를 지지하고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이 전 시장 측은 인터넷 등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자신 있다"는 자세다. 한 측근은 "인터넷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은 이미 명쾌하게 해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의혹으로는 ▶이 전 시장 부자(父子)의 병역문제▶이 전 시장의 출생지▶재산 형성 과정 등에 관한 것이다.

병역 의혹과 관련, 이 전 시장의 외아들 시형씨는 1993년 3월 현역으로 입대해 전방에서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이 전 시장의 병역 면제에 대해서는 "기관지 확장증 등 폐질환 때문인 게 확인됐다"고 해명한다.

이 전 시장이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한 것은 그가 95년에 쓴 자서전 '신화는 없다'의 첫 머리에 이미 소개된 내용이고, 재산 형성과정과 관련해선 "현대에 있을 때 공로로 받은 부동산과 집 등이 전부이며, 재산 증식을 위해 팔고산 적이 없다"고 했다.

'검증론' 공방은 이날 인터넷 공간에서 확산됐다. 최근 며칠간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오른 글이 1000건을 넘었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홈페이지에도 수백 명의 네티즌이 논쟁을 이어갔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한 네티즌(choi)은 "당내 검증에서 일어나야 했을 사태가 대선 본선에서 일어난다면 결과는 뻔하다"며 "여과 없이 '특정 후보'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지지자(7364117aa)는 "경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후보로 세운다면 이번에도 한나라당은 5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신용호·서승욱 기자<nova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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