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아난 일본 광고비도 '팍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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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디아즈를 모델로 한소프트뱅크광고.

일본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면서 미국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일본 TV 광고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캐머런 디아즈와 브래드 피트가 거액을 받고 이동통신회사인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30초짜리 광고 모델로 나섰다. 요란스러운 팝송을 배경음악으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힘차게 걸어가는 광고다. 이 TV 광고는 요즘 일본 안방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앤절리나 졸리(시세이도 화장품), 키퍼 서덜랜드(오쓰카 제약의 영양음료 칼로리 메이트), 스칼릿 조핸슨(모리나가 유업의 커피음료),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요타 자동차), 멕 라이언(네슬레의 네스카페 엑셀라), 리처드 기어(남성용품 댄디하우스), 토미 리 존스(산토리 커피음료 보스)도 출연 중이다.

이들은 일본 내에서만 방송돼야 한다는 'OIJ(Only In Japan.일본 전용)'조건으로 광고 촬영에 응했다. 개런티는 디아즈와 피트가 각각 170만 달러(약 16억원)로 알려졌다. 일본 광고업계 사상 최고 금액이다.

일본 TV 광고에 미국 유명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은 일본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났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일본 경제는 지난해 2.6%(추정), 2005년에는 2.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기 회복세에 따라 지난해 일본 기업들이 지출한 광고비는 520억 달러에 달했다. 연간 광고비로는 2차 세계대전 후 둘째로 많았다.

미국 기업들은 TV 광고에 연예인들을 별로 끌어들이지 않기 때문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광고 모델로 돈 벌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이들에게 해외 광고 출연은 좋은 돈벌이가 된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4일 전했다. 일본은 특히 할리우드 스타를 추종하는 젊은이가 많고 그들의 행태를 모방하려는 정서가 강해 광고 효과가 뛰어나다.

일본이 미국 경제를 위협하며 급부상하던 1970~80년대 일본의 TV 광고에는 실베스터 스탤런, 아널드 슈워제네거 등 당대 최고의 인기 배우들로 넘쳐났다. 스탤런은 햄, 슈워제네거는 컵라면 모델로 활약했다. 그러다 잘나가는 일본 기업들이 거액을 제시하자 식품이나 술 광고에도 등장했던 것이다. 일본이 90년대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할리우드 배우들은 TV 광고에서 사라졌다.

도쿄.워싱턴=김현기.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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