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 개도국 단일시장 중국 '경제 맹주' 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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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세계 최대인 18억 명의 단일 시장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필리핀 세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4일 아세안 10개국 정상들과 '서비스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2010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두고 주요 서비스 업종을 먼저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과 아세안은 2005년 7월 '상품무역협정'을 체결, 7000여 개 품목에 대해서는 이미 관세가 없는 상태다. 이는 동남아시아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당장 원 총리는 정상회의에 이어 바로 필리핀을 방문, 거액의 차관 제공과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어떤 업종 개방하나=중국은 7월까지 아세안 국가에 건축.환경보호.운수.상업서비스.체육 등 5개 서비스 업종을 개방한다. 아세안은 회원국별로 시장 개방 계획이 조금씩 다르다. 태국은 건축.관광.교육.상업서비스 시장을, 인도네시아는 건축.에너지서비스.관광 시장의 문호를 연다.

중국 정부는 금융을 제외한 다른 서비스 분야는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자국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을 적극 독려할 방침이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중국 관광객 유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철도망 건설도 박차=원 총리는 15일 "범아시아 철도망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싱가포르 간 철도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철도는 쿤밍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경유, 싱가포르까지 연결하는 5500㎞ 노선이다.

범아시아 철도망은 중국과 라오스.미얀마.베트남 등 동남아 대부분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로 총 길이가 8만1000㎞에 달한다. 중국은 쿤밍에서 베트남 국경까지의 건설공사를 이미 착수했다. 범아시아 철도망 건설에 모두 62억5000만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시장 규모 얼마나 큰가=중국 상무부 측은 서비스협정 서명 후 "아세안과의 완전한 자유시장 구축에 큰 의미를 두고 예정보다 빨리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이 협정으로 중국과 아세안 간 교역은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양측의 무역은 1608억 달러로 전년보다 23% 늘었다. 올해는 2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 마닐라에 본부를 둔 미국-아세안 비즈니스협의회 매튜 댈리 회장은 "중국과 아세안의 성장 잠재력으로 볼 때 양측이 3년 뒤 완전한 단일시장을 구축하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이곳으로 옮겨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미국 주도의 집단 안보체인 동남아조약기구(SEATO)에서 벗어나 역내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1967년 창설됐다. 사무국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다. 창설 당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 5개국이던 회원국은 브루나이(84년).베트남(95년).라오스.미얀마(이상 97년).캄보디아(99년)가 가세해 현재 10개국이다. 인구는 약 5억 명이며,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7000억 달러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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