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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추정」에 강력한 뒷받침/새국면 접어든 과수연의 필적수사 결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수사혼선 위해 조작” 단정/전민련의 「새 증거」에 주목
분신자살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유서를 둘러싸고 검찰과 재야단체의 필적공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민련측이 제출한 김씨의 수첩이 조작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가 나와 검찰과 전민련간의 필적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문제의 수첩은 전민련측이 『수첩과 유서의 필적이 동일하므로 강기훈씨(27)를 유서 작성자로 지목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는 잘못된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출했던 것.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 수첩이 조작됐고 객관성이 인정되는 김씨의 필적 5종류와 전혀 다른 필체라는 감정결과를 통보했다. 이는 문제의 수첩이 김씨의 것이 아니며 유서와 필적이 같은 다른 사람의 수첩이라는 검찰의 추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필적논쟁=검찰이 지금까지 세차례에 걸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필적감정결과의 핵심은 강씨의 85년도 자필진술조서와 김씨의 유서가 「동일인」필적이라는 부분이다.<별표참조>
이는 주민등록증 분신실고서등 김씨의 자필임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는 5종류와 김씨의 유서는 사실상 동일인의 필적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감정불능」판정이 나온데서 비롯되고 있다
검찰은 이같은 감정결과와 김씨의 여자친구 홍모양(25)등 참고인 진술을 근거로 강씨를 유서의 실제작성자로 지목하게 된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전민련측이 이같은 1,2차 감정결과에 불복,계속 강씨의 유서작성사실을 부인하자 전민련측에 강씨와 김씨의 수첩제출을 요구했다.
전민련측은 이에 대해 지난 21일 김씨의 수첩만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김씨 수첩의 글씨체가 유서와 동일한 만큼 강씨 자술서와 유서가 동일필적이라는 이유로 강씨를 유서작성자로 보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전민련측은 바로 이 수첩이 변조됐고,오히려 강씨의 자필진술서의 필적과 일치한다는 과학수사연구소의 육안감정결과까지 나와 궁지에 몰리게된 셈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과학수사연구소에 문제의 수첩필적과 강씨 자필진술서의 필적에 대한 정밀감정을 의뢰,이 두종류가 동일필적임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첩조작 감정=검찰은 21일 전민련이 수첩을 제출하기 전 참고인조사를 통해 김씨의 수첩특징을 파악한뒤 전민련이 제출한 수첩을 비교해 「진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심증을 굳혔다.
검찰은 제출된 수첩에는 ▲당초 검찰이 파악한 수배중인 모재야인사의 전화번호가 빠져있고 ▲전화번호 기입부분 4장이 찢겨진 채 3장만 제출됐으며 ▲김씨의 자필 인적사항이 적혀있을 가능성이 높은 수첩뒷부분 4장가량이 빠져있어 진본여부를 의심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찢어진채 제출된 전화번호 기입부분 3장의 절취선과 수첩에 남은 절취선의 일치여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의뢰한 것.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입체 현미경·고정밀 비교확대투영기·적외선현미경등으로 양쪽의 절취선을 서로 비교한 결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찢어진 3장이 훼손돼 본래 크기보다 작아질 가능성은 있으나 감정결과처럼 서로 겹치는 부분이 생길수는 없으므로 이 수첩이 검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위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즉 유서를 대필한 사람이 같은 종류의 자신의 수첩에서 자신과 특정관계에 있는 가족·친지등의 전화번호가 적힌부분을 찢어낸뒤 또다른 수첩에서 속지를 구해 김씨의 진본수첩에 적힌 전화번호를 옮겨 적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찢겨진 전화번호 기입부분 뒷장에 나타나야할 필압(글씨를 눌러쓸때 나타나는 흔적)이 나타나지 않거나 어긋나는 것도 수첩이 조작된 반증이라고 보고 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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