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밀족 소행 거의 확실/암살범은 누구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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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암살장소도 타밀게릴라활동 본거지
라지브 간디 전인도총리의 암살범이 과연 누구인가를 둘러싸고 인도내에는 갖가지 추측들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의혹의 눈길은 우선 그동안 간디를 「암살 1호」로 지목해온 스리랑카의 타밀족 반군들에게 쏠리고 있다.
브라마니암 스와미 인도법무장관은 23일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으나 타밀족 분리주의단체인 타밀엘람 해방호랑이들(LTTE)이 관련되어 있다는 충분한 자료가 있다』고 밝혀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경찰은 22일 마드라스시의 티룹반마이류지역에서 타밀민병대원들의 집을 급습,50여명의 타밀족을 용의자로 검거하기도 했다.
「타밀족 소행설」을 처음 제기했던 국민의회당의 타마무르티 타밀나두주 지부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LTTE와 인도의 타밀족지역당인 드라비다 문네트라 카자캄(DMK)이 공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DMK는 스리랑카에 독립국가를 건설하려는 LTTE의 활동에 긴밀히 협조해온 정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인도공산당연합(UCPI)의 오히트 센총서기는 간디 암살이 미중앙정보국(CIA)의 소행이라고 주장,파문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런던에 머무르고 있는 스리랑카 타밀족 지도자인 샨카르 라지는 『간디가 권좌에 복귀하면 타밀족을 위해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전제,타밀족관련설을 극구 부인했다.
타밀족소식통들도 간디가 스리랑카문제에 관심을 갖고 타밀족인사들에게 방탄조끼를 제공하는등 최근들어 타밀족에게 우호적이었음을 들어 타밀족 소행설을 일축했다.
타밀족관계자들의 이같은 부인에도 불구,타밀족 관련설이 끈질기게 나도는 것은 간디가 암살당한 타밀 나두주가 그동안 타밀게릴라들의 활동본거지로 사용되어왔기 때문이다.
스리랑카의 타밀족 과격단체는 스리랑카와 인도정부가 지난 87년 인도평화유지군을 스리랑카에 배치키로 한 협정을 체결할때까지 타밀나 두주에 수십개소의 캠프를 두고 있을 정도로 이 지역내에서 강력한 기반을 갖고 있다.
물론 인도에는 무수히 많은 과격테러단체가 존재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타밀족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암살방법이 매우 치밀한데다 자살특공대까지 동원한 「초강경수법」으로 미루어볼때 간디에 대해 깊은 증오심을 갖고 있는 LTTE가 최우선 용의자로 지목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더구나 간디에게 전달된 꽃다발에 숨겨진 소형 원격조종폭발장치를 조립할 수 있는 전문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단체는 인도내에서 오직 LTTE뿐이라는 점도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수사결과로는 간디에게 폭발물화환을 전달하고 자신도 「토막시체」로 화한 여인이 LTTE의 자살특공대로 추정된다는 다소 막연한 추측 뿐이다.
경찰은 문제의 폭발물이 꽃다발속에 감춰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 여인의 허리대에 장치되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폭발당시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주변에서 의도적으로 불꽃놀이용 폭약이 동시에 터진 사실을 감안할 때 이번 사건은 사전에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 틀림없다고 밝히고 있다.<뉴델리=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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