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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UN가입 거의 무르익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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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올 가을 우리나라가 유엔에 가입하게 될 것인지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이 연두기자 회견에서 유엔가입과 대중국 수교를 올해 우리 외교의 양대 목표로 제시한 이후 우리의 유엔가입 문제는 남북한은 물론 주변국가들에까지 중요 국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사실 대중 수교는 우리의 유엔가입과 관련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의 문제인 만큼 한국이 유엔의 정회원이 되면 훨씬 수월한 진전을 보게될 것이므로 결국 동전의 양면과 같은 사안이다.
정부는 걸프전으로 한때 주춤했다가 지난 4월5일 안보리문서로 연내 유엔가입 의지를 명시, 유엔 회원국에 배포하는 등 본격 활동에 착수했다.
정부가 유엔가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크게 ▲대북 설득 ▲직접 및 제3국을 통한 대중국 외교 강화 ▲초청 외교 및 방문외교 ▲국제회의에서의 접촉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초청 외교로는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을 비롯해 바이츠제커 독일 대통령, 로카르 프랑스총리 등이 이미 다녀가는 등 외국의 총리·외무장관급 이상의 방문이 줄을 잇고 유엔 고위인사의 방한도 예정되어있다.

<거물특사 방문외교>
고르바초프를 포함해 방한했던 인사들은 기자회견이나 공동 성명 등을 통해 남북한동시가입이 안 되면 한국만의 단독가입도 지지한다고 한결같이 선언해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있다.
불코프 불가리아외무장관도 지난16일 기자회견에서 동시든 개별적이든 남북한 유엔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듯이 동구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또 노신영 전 총리, 이승윤 전 부총리, 최광수·이원경 전 외무장관 등 대통령특사9개반을 파견해 유엔 가입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ESCAP),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릴 아태 각료 회의(APEC) 등을 통해서도 회원국의 지지를 다졌거나 그럴 계획이다. 또 7월의 동남아국가연합(ASEAN) 총회에는 이상옥 외무장관이 직접 참석해 회원국은 물론 초청국인 중소 외무장관과도 만날 계획이다.

<중국과 직간접 접촉>
지난 아태 경제 사회 이사회의 서울회의에서는 로가초프 소련외무차관, 유화추 중국외교부 부부장 등을 별도로 만나 유엔 가입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등 전력투구하고 있다.
특히 아태 각료회의 의장국인 한국은 중국의 회원가입문제와 관련해 밀접한 막후접촉을 계속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도 유엔가입문제를 논의하는 등 대중설득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중국의 거부권행사를 막기 위해 직접 접촉은 물론 미소 등을 통한 간접설득도 범행하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4월중순 방소한 강택민 중국공산당 총서기와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깊이 논의해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얻고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련은 이미 북한의 반대로 한국이 단독가입을 신청하더라도 유엔의 보편성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중국도 거부권 행사를 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당국자들은『지난해 유엔가입 신청을 연기한 것은 중국이 1년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중국도 안보리상임이사국의 책임 있는 나라로 그에 걸맞은 자세로 한국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중국은 실제로 뒤마프랑스 외무장관의 방중 등 최근 외부와의 접촉에서 북한의 단일 의석 가입안이 불합리하다고 줄곧 밝혀왔으며 지난 4월 방한한 로가초프 소련외무차관도 이를 확인했다.
지난 5월초 이붕 중국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에도 이와 관련한 대북한설득이 있었다는 것이 외교소식통의 일치된 분석이다.
중국으로서는 오랜 동맹국인 북한의 거부권행사 요청을 들어주기보다 동시가입을 유도하는 것이 세계여론과 자국이익에 합치하고 또 체면을 세우는 길이기 때문이다.

<북은 시간 벌기 작전>
한국이 단독으로 가입 신청할 경우 중국이 기권할 것이란 보도가 익명의 소식통으로 계속 나오고 있는 것도 북한에 대한 압력의 하나라는 관측이다.
강택민 총서기가 한국의 유엔 가입 문제를『남북한 내부의 문제』라고 발을 뺐고 중국의 주 유엔 대표부는 거부권을 행사치 않도록 본국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이 때문에 강석주 북한외교부 제1부부장도 외국기자들에게 유엔 가입 문제에 대한 타협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이나 우리 정부의 분석으로는 북한의 입장엔 변화가 없다.
북한은 지난해 한국이 유엔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자 10월1일 안보리 문서를 통해 단일 의석안이 절대적인 입장은 아니라며 변화 가능성을 보였었다.
그리고 20일이 지나 강 제1부부장은『중국의 거부권행사를 확신한다』고 말했는데 결국 남북한 내부 문제이므로 대화로 해결할테니 시간을 달라며 중국을 설득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3차에 걸친 총리 회담을 통해 북한의 입장은 하나도 바뀐 것이 없음이 확인됐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달 초 북한의 잇따른 전향적 발언도 이붕 중국 총리의 북한방문에 대비하고 남북한간 합의가 우선돼야한다고 세계여론에 호소하기 위한 전술로 파악하고 있다.
남북한의 유엔 가입을 위한 줄다리기 역사는 4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은 지난 49년1월19임 고창일 외무장관 서리가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이래 56, 57, 58년 모두 네번의 단독가입을 시도했고 73년 6·23선언이후 75년에는 동시가입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소련의 거부권행사로 실패했다.

<곧 신청서 제출할 듯>
북한도 49년2월에 이어 56, 57 58년 계속 남북한 동시가입을 위한 단독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었고 그때마다 한국이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라는 48년 총회 의결을 이유로 기각됐다.
그러다 한국은 73년 6·23선언이후부터 선통일 후가입, 또는 단일의석 가입으로 입장을 바꾸게 됐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이미 세계 1백48개국과 수교하고 있고 국제연합 헌장을 준수하며 세계 제12위의 교역국으로서 유엔에 가입하는 것은 보편성의 원칙상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90개국과 남북한이 동시수교하고 있고 독일의 경우를 봐도 선유엔 가입이 통일에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정부는 따라서 총회 35일전까지 가입의사를 밝히게 돼 있어 8월 이전에는 가입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또 이미 수차례에 걸쳐 밝힌대로 동시가입은 통일이전의 잠정조치라는 것과 북한의 가입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할 생각이다.

<남북 동시초청 가능>
북한이 계속 동시가입에 반대할 경우 중소는 대안으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회가 남북한을 유엔회원국으로 동시에 초청하는 방식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어 우리의 유엔가입은 현재로서는 기정 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까지 동시가입을 반대해온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려는 이 같은 방식은 우리정부도 하나의 대안으로 중국측에 제시했고 중국도 이 방식에 매력을 느끼고 북한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북한은 우리의 유엔가입이 굳어지자 중국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고 중국측도 북한의 이런 입장을 감안해 한국측이 유엔문제에 신중히 대처해줬으면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소정상회담에서 한국문제에 신중히 대처하자는 것도 중국측의 이런 입장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우리나라가 가입신청을 하면 중국측이 거부권을 행사할는지는 알 수 없다. 남북이 모두 중국설득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기류가 어떤 결말로 나타날지는 두고봐야겠으나 적어도 우리가 먼저 유엔에 가입할 경우 북한도 뒤따라 가입할 것으로 정부는 확신하고 있다.<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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