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여류작가 사강 "생활비 벌려 글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프랑스 여류작가 프랑수아즈 사강(55)이 최근 열아홉번째 소설을 발표했다.
쥘리야르출판사가「포피양」(핑계)이란 제목으로 출간한 이 소설은 지난 89년 그녀가 발표했던「라 레스」(개줄)란 소설에 이어 만2년만에 나온 작품.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폭격을 피해 프랑스 한 시골농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네 사람의 대화 내용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과 혼돈된 가치관을 표출하고 있는 이 소설은 직업·신분이 전혀 다른 남녀 네 사람의 우스꽝스럽고 기발한 대화가 특히 돋보인다는 평을 듣고 있다.
18세 때인 1954년「슬픔이여 안녕」이란 소설로 데뷔한 이래「어떤 미소」(59),「브람스를 아시나요」(59)등 화제작을 잇따라 발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그녀는 요즈음 먹고살기 위해 글을 써야하는 처지가 됐다고 스스로 털어놓고 있다.
최근 프랑스 한 주간잡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그녀는『2∼3년만 글을 안 쓰면 굶어죽고 말 것』이라면서『세금 내고 지출비용 충당하려면 최소한 3년에 한권씩은 알낳 듯 뽑아내야 할 판』이라고 자신의 궁색한 형편을 설명하고 있다.
2년 전에는 법원에서 보낸 집달리가 자기 집에 걸려있는 그림까지 가져간 적이 있다고 소개한 그녀는 이 같은 궁상은 순전히 자신이 저지른 어리석은 실수 때문이라고 털어놓고 있다.
어떤 사람의 빚 보증을 서줬다 뒤집어 쓴 적도 있고, 돈을 빌려줬다가 떼인 일도 있다는 것.
그래서 사정이 좋을 때 사두었던 그림도 팔았고, 더 이상 옛날처럼 아무나 자기 집에 와서 자고, 먹고, 전화를 쓰게 하던 일도 지금은 할 수 없게 됐다는 게 그녀의 고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강은 미테랑 대통령과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간이 있을 때면 4∼5개월에 한번씩 꼭 우리집에 식사하러 옵니다. 비서를 통해「점심식사하러 가도 괜찮을까요」라고 전화를 하고, 약속시간에 맞춰 정확하게 우리 집을 찾아옵니다. 그때마다 그는 늘 혼자 조용히 나타나지요. 이 때문에 우리 옆집 사람들이 가끔씩 놀라기도 하지만 그는 언제나 매력적이고 유머 넘치는 손님이랍니다. 서로 정치얘기는 하지 않아요. 나는 그가 연회에서 맛볼 수 없는 것들을 정성껏 대접하려고 애쓰지요.』그녀가 자랑겸, 자기 위안겸 털어놓는 얘기다.
데뷔작인「슬픔이여 안녕」같은 경우 전세계적으로 1백만부 이상이 팔렸을 정도로 프랑스보다는 오히려 외국에서 더 인기를 모으고 있는 그녀는 프랑스 내에서는「위스키를 너무 많이 마신다」느니,「코카인을 복용한다」느니,「소설을 너무 성의없이 쓴다」느니 하는 여러가지 비난과 풍문에 시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그녀는『18세 때에 「이걸 해라, 저건 하지 마라」며 일일이 손가락으로 짚어주던 나이든 이모들에게 아직도 둘러싸여 있는 듯한 느낌』이라는 말로 불쾌한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