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이사벨 페론 전 대통령 스페인서 체포 … 송환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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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사벨 페론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左)이 12일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된 뒤 법원에 출두하고 있다.[마드리드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과거사 청산 작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12일에는 재임(1974~76년) 중 반체제 인사를 살해하거나 납치하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사벨 페론(75) 전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자택에서 체포됐다. 그는 체포된 지 3시간여 만에 조건부 석방됐지만 곧 본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지금까지 과거사 청산 작업은 페론 전 대통령을 쿠데타로 몰아낸 뒤 76~83년 집권했던 군부독재 세력이 주도한 이른 바 '더러운 전쟁'에 집중돼 왔다. 인권단체들은 이 기간에 3만명 이상의 좌파.반정부 인사가 살해되거나 실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부독재가 끝난 뒤 들어선 문민정부는 '더러운 전쟁' 관련자들의 처벌을 면제하는 사면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2005년 아르헨티나 대법원은 사면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해 과거사 단죄의 길을 터놓았다.

본명이 마리아 에스텔라 마르티네스 데 페론인 이사벨은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의 셋째 부인이다. 74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자 부통령으로 있던 이사벨이 뒤를 이었다.

이사벨 페론은 재임 20개월 동안 공권력에 의한 테러를 정당화한 법령에 서명하고, 반체제 인사를 무차별 탄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페론 집권 시절 활동했던 '아르헨티나 반공산주의자 동맹(일명 트리플 A)'이라는 친정권 조직이 좌파.노조지도자.야당의원.지식인 등 1500여 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희생자는 신체 특정 부분이 절단되거나 불에 타 사망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사법 당국은 81년부터 스페인에서 거주하고 있는 페론 전 대통령이 체포되기 전날 국제 수배령을 내렸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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