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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희 코너] 전희 15분, 삽입 5분의 법칙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섹스라는 대서사시 연출에서 성공의 비결은 여성의 오르가슴을 먼저 유도한 후 남성이 사정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루지 못하고 남성이 사정하는 것을 의학에서 조루라고 부른다. 그런 성적 부조화는 굳이 학교에서 배우지 않더라도 남성들은 체험으로 자신의 성적 결함을 안다.

섹스란 후손을 이어가는 것이란 단순한 생식생리에서 벗어나 인생의 행복한 순간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녀의 성적 극치감을 일치시킨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며 그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기 쉽다. 적절한 타이밍에 끝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뜻대로 성사되지 않고 반복되면 결국 섹스 노이로제란 질병을 만들 수 있다.

섹스는 남녀가 공동으로 올리는 매스게임 같은 것이지만 오르가슴은 전적으로 개인 체험이라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실제로 성생활을 시작해 보면, 몸과 마음을 녹이는 듯한 오르가슴의 쾌락에 동시에 골인하기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사정이라는 남성의 단조로운 오르가슴과 여성의 다중 오르가슴은 이질적이어서 동시 골인은 근본적으로 합치되기 어려운 주문이다.

비록 오르가슴에 함께 도달했다 하더라도 여성은 좀 더 불태울 수 있는 섹스 에너지가 남아있고, 그 잉여 에너지가 남성 측의 분발을 요망하고 또한 기대한다. 그러나 일단 사정하고 나면 재발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남성으로서는 그런 여성의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성 문제를 상담함에 있어 필자는 ‘일치시키는 일’에 구애받지 말고 서로의 오르가슴을 최대한 존중하는 태도를 환자에게 주문한다.

여성은 확실히 남성과의 합체감은 물론 남성과 오르가슴을 공유할 때 더 깊은 만족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욕구는 본능적인 것이고 지성의 통제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섹스를 통해 남성이 그 파트너로 하여금 성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애정과 관계없이 불만이 생기고 그것은 가끔 감정적 폭발을 일으킨다.

섹스를 잘하는 사람이나 못하는 사람이나 여체가 흥분하는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것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여성이 오르가슴에 이르는 방식이 어느 정도 파악되면 그것은 섹스라는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있어 좋은 내비게이터가 되어 준다.
그보다 더 중요한 비책은 페팅이다. 여성에게 전희는 페니스의 삽입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전초전이 아니라 그 자체가 메인이벤트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 두기 바란다. 성의학의 선구자 매스터즈의 연구에 따르면 비교학적 연구에서 전희에 15분, 삽입시간 5분이라는 섹스가 갑자기 삽입하고 15분 걸린 섹스보다 여성에게 더 큰 만족을 준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한다. 그리고 입술, 혀, 손가락 등을 이용하는 극진한 애무는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 애정을 진작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인간의 진화 바로 전 단계에 있는 원숭이의 섹스 방식을 살펴보기로 하자. 동물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수컷 원숭이는 절대로 성급한 태도를 취하는 법이 없다고 한다. 수컷이 암컷의 엉덩이에 올라타는(mounting) 것은 1회에 7~8초 정도로 짧기 때문에 그 사이에 암컷을 오르가슴에 이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암컷은 오르가슴을 얻고 환성을 지른다. 이는 수컷이 한번 암컷의 몸에서 떨어져 조금 쉬었다가 다시 7~8초 동안 삽입하고 또 쉬었다가 다시 삽입하는 방식으로 교미를 진행시켜 나가기 때문이다. 수컷은 몇 번 그런 자극을 되풀이해 암컷이 누적된 흥분으로 극치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사정한다. 암컷이 만족하지 않으면 사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공(猿公)들의 교미 방식이다.
물론 원숭이의 섹스 방법을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삽입하는 것보다 적어도 일정한 자극을 몇 차례 준 다음 교미하는 ‘여성 선행의 원칙’을 준수하는 원숭이의 섹스에서 배울만한 점이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곽대희피부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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