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 수능출제에 네티즌 항의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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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해야 할 수능시험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도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입시사이트의 논술강사로 활동한 한 교수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언어영역 출제위원에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자 수험생을 포함한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2일 "언어영역 출제위원이었던 서울 모 대학의 초빙교수 朴모(42)씨가 지난해 M입시사이트에서 논술 동영상 강의를 한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朴씨는 이번 수능에서 칸트에 관한 철학지문(4문항,9점)을 출제했다.

수험생 정모씨는 "학원강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출제위원으로 들어가면 다른 강사들이 그들의 전공을 보고 예상 문제 '찍어주기'를 하고 있다"며 "정말로 불공평한 시험"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특히 이같은 일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고 고발했다. 정씨는 "내가 다닌 노량진의 한 학원강사도 출제위원으로 들어갈만한 사람한테 전화를 해 연락이 안되면 위원으로 선정된 것으로 보고 전공논문 등을 뒤져 문제를 찍어줬다"고 말했다.

金모씨는 "수능은 대한민국 모든 수험생이 치르는 시험이고 객관성이 생명"이라며 "M사이트를 이용한 학생들이 문제를 다 맞췄다고 가정하면 형평성에 크게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백모씨는 "물론 지문을 안다고 해서 다 정답을 맞춘다는 보장은 없지만, 미리 지문을 읽은 경우와 안 읽은 경우가 '시간 안배' 측면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건 명백한 사실"이라며 총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수험생은 "자기 실력을 정당하게 평가받고 그에 걸맞는 보상 받기 위해서 고생했다"며 "부정으로 얼룩진 출제과정을 보는 수험생들은 분노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평가원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金모씨는 "칸트 지문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수험생 전원이 다 맞도록 처리를 하거나 언어영역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모씨는 아예 "정말로 지문이 유출됐다면 시험을 백지화시키는게 최선의 방법"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한 수험생은 "공식적인 토론 등을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그냥 넘어가면 정말 억울한 수험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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