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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 신당파 "노 대통령 탈당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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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파가 노 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하며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여론의 지원을 받지 못하자 오히려 힘을 받은 것이다. '희망 21' '실사구시' '안개모' '국민의 길' 등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당내 4개 의원 모임은 12일 합동 회의를 했다.

전병헌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충분히 전달하고, 성공적으로 국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당적의 정리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개헌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사실상 집단적으로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것이다. 전 의원은 이어 "당적 정리문제는 대통령 스스로 결정할 문제지만 결정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국민대통합신당추진 의원협의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4개 모임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본격적인 세 과시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전 의원은 "일단 통합신당 서명에 동참한 80여 명의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 모임을 만들고, 추후 발전적 과정을 통해 당 외부 인사들도 참여토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통합신당 발기인 모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통합신당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내는 것은 역설적으로 '노 대통령 덕'이라는 분석이 많다. 노 대통령의 '개헌 카드'가 야당의 반대와 여론의 벽에 부닥치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당 비대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나서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이제 (정계 개편 과정에서) 대통령의 눈치를 볼 필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재천 의원은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으로부터도 고립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노 대통령 이미지' 벗기 움직임은 더 거세질 수 있다. 하지만 통합신당파가 뜻대로 순항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통합신당파 안에서 시작된 노선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근태 의장을 주축으로 한 통합신당세력인 '민평련'은 이날 4개 모임과의 회동을 거절했다. '민평련' 소속인 정봉주 의원은 "다른 정파의 수장(김 의장)을 '좌파'라고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함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사구시'에 속해 있는 강봉균 정책위 의장을 겨냥한 것이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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