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창규의원자이야기

21세기는 수소경제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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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런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것이 화석연료의 남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다. 오랜 기간 우리는 환경과는 무관하게 에너지를 사용해 왔다. 에너지를 많이 써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겨 왔으며, 에너지는 무궁무진하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아니, 그냥 무심하게 에너지를 써 왔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엄청난 자연재해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세계 여러 국가가 에너지 사용과 경제 발전, 환경 문제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와 경제,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대안이 바로 수소다. 21세기를 수소경제시대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소경제시대는 기술만 있으면 된다. 수소는 세상에 있는 모든 원소 중에서 가장 가볍다. 수소는 석유나 석탄처럼 그 자체가 에너지를 내는 물질은 아니지만 에너지를 가지고 다닐 수는 있다. 즉 수소는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결합해 에너지를 낸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느냐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 이것이 수소연료전지다.

수소는 세상에서 가장 흔한 원소이지만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산소나 탄소 등과 결합해 물이나 탄화수소의 형태로 존재한다. 수소를 환경오염 없이 생산하려면 물을 직접 분해해야 한다. 물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된 물질인데 그 결합이 매우 단단해 직접 분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옥소와 황을 촉매로 사용한다. 화학공정에서의 촉매란 큰 산을 한꺼번에 넘는 게 아니라 작은 봉우리들을 몇 개 넘어서 목적지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옥소와 황을 사용해 물을 분리,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은 이미 1960년대 개발됐다. 수소 생산 방법으로는 가장 효율적으로 알려져 있어 세계 대부분의 과학기술자가 이 방법의 실용화에 매달려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한 시간에 5㏄ 정도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실험실 규모의 공정을 개발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일본이 시간당 약 50㏄의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을 이미 개발했으니 우리가 많이 뒤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가 보여준 역량을 생각하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상용화로 가기 위해 우리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고온과 고압에서 옥소나 황의 부식을 견딜 수 있는 재료를 개발 중이다.

효율적인 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물을 직접 분해하는 공정, 즉 섭씨 1000도 정도의 열을 필요로 한다. 이 열을 가장 경제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원자력이다. 수소를 생산하고 나서도 그 응용 분야에서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소 자동차의 경우는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자동차와 외관만 같고 자동차의 내부는 완전히 달라진다. 자동차의 모든 부품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자동차가 기계였다면 이제부터는 화학공장이 되고 전기공장이 되는 것이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으니까 배기라인이 모두 없어지고, 엔진 대신 전기모터가 달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 자동차 시장이 새롭게 재편될 것이다.

오늘도 우리 과학자들은 말 그대로 '맹물로 가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제는 에너지도 땅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머리에서 나오고 있다.

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