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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밑바닥을 흔드는 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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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드레스덴 성 십자가 합창단

독일 드레스덴은 '엘베 강의 피렌체'로 불린다. 그만큼 구 동독의 정치적.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찬란했던 바로크 문화를 꽃피운 작센 공국의 수도였다. 1946년 2월 13~14일 연합군의 대공습으로 도시의 90%가 잿더미로 변했다. 13만여명의 희생자 가운데는 성 십자가 합창단 단원 11명도 있었다. 1216년에 문을 연 성 십자가 교회 소속 성가대다.

성 십자가 합창단은 바흐가 합창대장을 거쳐간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1212년 창단)보다 4년 늦게 출범했지만 빈 소년 합창단(1498년 창단)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1548년 창단), 드레스덴 젬퍼 오퍼(1664년 창단), 드레스덴 필하모닉(1870년 창단) 과 함께 '음악 도시' 드레스덴의 명물로 손꼽힌다.

성 십자가 합창단과 드레스덴 필하모닉이 3월 초 서울과 대전에서 바흐의 '마태 수난곡',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려준다. 부활절(4월 8일)을 한 달 앞둔 시점에 잘 어울리는 선곡이다. 9 ~19세의 남성 단원들로만 구성된 성 십자가 합창단은 2005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 무대. 드레스덴 필하모닉은 첫 내한 공연이다. 연주 시간만 2시간 40분 넘게 걸리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은 종교와 언어를 뛰어 넘어 서양음악사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번 공연에는 5명의 독창자와 오케스트라.합창단까지 127명이 내한한다. 2년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이 서울에서 들려줬던'마태 수난곡'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음악칼럼니스트 박정준씨는 "둘 다 구 동독 출신이지만 성 십자가 합창단은 알토와 베이스 등 저성부가 투박하지만 깊이있는 음색을 낸다"며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이 다소 아카데믹한 연주를 들려준다면 성 십자가 합창단은 심금을 울리는 웅장한 울림으로 낭만적.비극적 정서를 잘 표현해낸다"고 말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에서는 이 합창단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 페터 슈라이어(72)가 지휘를 맡고, '마태 수난곡'은 제28대 칸토르(합창대장)인 로드리히 크라일레가 지휘대에 선다.

◆ 공연메모=3월 2일 오후 7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바흐 '마태 수난곡', 3월 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모차르트 '레퀴엠', 바흐 칸타타 제21번 '내 마음에 근심 많도다', 3월 4일 오후 2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바흐 '마태 수난곡'. 02-599-574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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