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보수가 낮은 수준 아니다-「21세기보건의료」세미나서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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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의료보험제도·의료체계 등에 대한 의료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현행의료보험수가는 전반적으로 낮지 않으며, 특히 대형병원들은 병원운영상 결코 적자를 보지 않고 있다는 등의 반론이 제기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양봉민교수(의료경제학)는 최근 열린 「21세기의 보건의료」세미나에서 『현행 의료 및 의료보험제도는 의료비증가측면, 보험료에 대한 저항, 형평성 등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런 제도상의 문제점보다 더 시급히 해결해야할 의료계의 문제는 의사·간호사 등의 공공연한 사례비 수수행위 등』이라고 강도 높게 의료계를 비판하고 나섰다.
양교수는『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국민의료비가 89년에 비해 1조원 가량 늘어난 10조원정도로 국내 총생산액(GDP)의 7%를 차지하는 등 비용 면에서는 선진국수준에 이르렀지만 실제 이 같은 의료비증가에 걸맞은 국민건강증진효과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양교수는『매년28%안팎으로 증가하는 국민의료비등을 감안한다면 환자가 많이 몰리는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의 적자주장은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들 병원이 제시하는 대차대조표상의적자는 얼마든지「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통박했다.
양교수는 이밖에도『의료보험적용이 안 되는 고가의 의료장비를 각 병원들이 무분별하게 들여와 국민의료비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나』고 지적하며 그 예로 영국에2대, 캐나다에4대뿐인 「체외 충격 파쇄석기」가 우리나라에는 26대씩이나 도입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병원이용자들의 장기간 대기시간 등의 불편 등에 대해 의료인의 수를 늘리는 것이 원천적으로 의료수요 과잉을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양교수는 진단했다.
이 같은 양교수의 주장에 대해 반박에 나선 연세대의대 김한중 교수(예방의학)는『양교수의 입장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감이 있다』며『몇몇 인정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의사수를 늘리는 문제, 수입의료장비 등에 대한 과소비주장 등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교수는 예컨대 국민1인당 의사수가 미국 등에 비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등에 거의 없는 한의사·침구사 등 의료대체인력을 합한다면 국민1인당 의료인의 비율은 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또 고가의료장비수입에 대해서도『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펼치기 위해 우수장비 수입은 불가피하다』며『비용대 효과로만 의료행위를 판단하는 것은 의료를「치료」의 개념에만 국한시키는 것일 뿐「총괄적 환자보호」라는 의료본연의 사명을 무시한 것』이라는 반론을 폈다. <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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